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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화 작가 개인전 모습. (팩토리2 제공) |
각 마음에 번호를 붙이고 그들의 상태를 세심히 살핀 뒤 적절한 보존 방법을 기록하는 민정화의 작업 과정은 아주 개인적인 하바리움(Herbarium, 식물표본실)을 만드는 것과 흡사하다.
열매가 익어 떨어지듯 혹은 아침에 이슬이 사라지듯 대부분의 마음은 자연스럽고 순조롭게 박탈되지만, 미쳐 그렇게 하지 못한 마음들은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민정화는 말한다.
'책거리'에서 영감을 받아 전시 벽면에 표현한 선반 벽화는 돌봄의 방을 은유한다. 시간성을 가진 책이라는 매체를 전시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흘러가는 이야기 안에서 멈추고 싶은 한 장면을 포착해 각 마음이 전시장 안에서 온전히 머물게 하고자 했다.
전시는 작가 내면에 존재하지만 잊었거나, 숨겨져 있거나, 혹은 스스로 방치해 놓았던 마음들을 수집하고 기록한 연작이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일러스트레이터 민정화는 회화, 그림책, 프린팅 그리고 도자기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작업한다. 2006년부터 독일에 기반을 둔 작가는 베를린에서 가까운 시골 동네에 살며 작업하고 서울을 오가며 활동한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