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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중국 항저우 샤오샨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60kg급 대한민국 이하림이 대만 양융웨이와의 결승전에서 절반패를 당한 뒤 양융웨이의 손을 들어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2023.9.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다양한 '손'이 화제다.
어떤 손은 패배의 쓰라림을 뒤로 하고 승자를 축하하는 데 쓰였고, 어떤 손은 함께한 동료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데 쓰였으며, 또 어떤 손은 다른 손과 함께하기엔 너무 멀었다.
남자 유도 60㎏ 이하급의 이하림(한국마사회)은 '스포츠맨십'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하림은 양융웨이(대만)와의 결승전에서 절반패, 은메달을 땄다.
경기 내내 공격권을 쥐고 주도했던 이하림에겐 뼈아픈 결과다. 특히 이하림은 양융웨이를 상대로 국제전서 4회 연속 패배, 더욱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하림은 잠시 아쉬움을 삼킨 뒤 곧바로 상대에게 다가가 먼저 악수를 건넸다. 이후 양융웨이의 손을 잡아 높게 들어줬다. 상대를 존중하고 진심어린 축하를 전하는 훈훈한 장면이었다. 양융웨이 역시 이하림과 포옹을 나누며 이하림의 축하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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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대한민국 황선우와 이호준이 각각 1·3위를 차지해 금메달과 동메달을 확정 지은 뒤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2023.9.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같은 동료에게 공을 돌리는 손도 있었다. 수영 국가대표 이호준(대구광역시청)은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땄다.
레이스 직후 이호준은 가장 먼저 함께 경기한 '금메달' 황선우(강원특별자치도청)의 손을 잡고 들어줬다.
이호준에게 황선우는 계영에서 힘을 합치는 동료이면서 동시에 개인 종목 경쟁자기도 하다. 이호준은 황선우의 금메달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으며, 황선우의 성공이 큰 힘이 된다며 감사를 표현했다.
이호준은 "(황)선우가 도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다른 동료들도 자극을 받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면서 "황선우와 같은 좋은 동료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영광이다. 든든하고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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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하광철(왼쪽부터)과 정유진, 곽용빈이 기념촬영을 앞두고 북한 선수단에 1위 단상에 나란히 설 것을 권하고 있다. 우리 선수단 왼쪽은 2위를 차지한 북한 박명원(왼쪽부터), 유송준, 권광일. 2023.9.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반면 따뜻한 제안을 뿌리친, 함께하기엔 너무 먼 손도 있었다.
정유진(청주시청), 하광철(부산시청), 곽용빈(충남체육회)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러닝타깃 대표팀은 남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1668점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은 북한과 같은 1668점 동률을 이뤘으나 10.5점 이상을 명중시킨 숫자에서 39개-29개로 앞서며 극적인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한국 선수단은 메달 세리머니가 끝난 뒤 시상대 위에서 북한 선수단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보통 세리머니 후에는 금·은·동 메달리스트들이 금메달 시상대 위에 모여 사진을 찍곤 한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손짓으로 함께해줄 것을 부탁했음에도, 북한은 이를 거절하고 냉랭하게 돌아섰다.
로이터 통신은 "남한 측 선수가 북한 선수의 어깨를 두드리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북한 측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상대가 서 있는 쪽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주목했다.
유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남자 73㎏ 이하급 강헌철(용인시청)이 16강전에서 북한 김철광에게 패한 뒤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승자 김철광이 악수를 거절했다. 예를 중시하는 유도에서 경기 후 악수를 나누지 않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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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철광의 유도 경기 장면© 로이터=뉴스1 |
국적을 넘어선 두 청년의 찐한 우정을 엿볼 수 있는 재미난 손짓도 있었다. 한국과 중국 수영을 대표하는 두 청년, 황선우와 판잔러는 서로에게 장난 섞인 축하를 나누며 우애를 다졌다.
판잔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남자 계영 800m 결선서 은메달을 딴 뒤, 금메달을 딴 황선우의 머리 뒤로 몰래 'V'자를 그렸다. 축하를 담은 장난이었다. 이를 알아챈 황선우는 환하게 웃었다.
26일에는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남자 400m 혼계영에서 황선우가 포함된 한국은 은메달, 판잔러를 앞세운 중국이 금메달을 땄다. 이번엔 황선우가 판잔러에게 다가가 머리 뒤로 몰래 V를 그렸다. 전날 판잔러의 장난을 기억하고 같은 방법으로 축하한 것이다.
둘은 이후에도 서로가 자국 방송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머리 뒤로 몰래 'V'자를 그리며 그들만의 방법으로 우정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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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혼계영 결승전(사진 왼쪽)이 끝난 뒤 대한민국 황선우가 중국 판잔러의 머리 뒤에 브이(V)자를 그리는 장난을 치고 있다. 2023.9.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