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북한이 최상위법령인 '사회주의 헌법'에 핵무력 정책을 명시했다.
헌법에 이 같은 사항을 명기한 건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대내외적으로 자칭 '핵보유국'으로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추후 대외 협상에 나서더라도 '비핵화'는 더 이상 안건으로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가 개최됐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선 작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공식 명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란 법령에 관한 사항을 헌법에도 반영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사회주의 헌법 제4장 58조에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해 나라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 평화·안정을 수호한다'는 내용을 명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처럼 헌법에 군사·안보적 수단, 특히 핵정책에 관한 사항을 명문화한 건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헌법에 포괄적 안전·안보에 대한 목적의식을 담을 순 있어도 그 수단(핵)을 명기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특히 "하위 법령이 아닌 헌법에서 관련 내용을 명기한 것 역시 그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총비서는 이번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이 같은 헌법 개정에 대해 "공화국의 핵무력 건설정책이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서도 다칠 수 없게 국가 기본법으로 영구화된 것"이라면서 "핵무력이 포함된 국가방위력을 비상히 강화하고 그에 의거한 안전 담보와 국익 수호의 제도·법률적 기반을 튼튼히 다진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북한은 앞서 2012년 개헌 때 헌법 서문에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란 주장을 담았다. 그러나 당시엔 선언적 의미였기에 그 외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은 2018~19년엔 이른바 '비핵화'를 화두로 정상외교에 나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은 당시 남북·북미·북중·북러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진행되는 와중에도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지속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19년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론 그 개발을 한층 더 가속화했고, 작년엔 2017년 11월 이후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도 재개했다.
북한은 2018년 5월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다고 밝힌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도 추가 핵실험이 가능한 수준으로 재건해놓은 상태다. 북한은 2006~17년 기간 이곳에서 총 6차례 핵실험을 했다.
그리고 북한은 작년 9월 제정한 '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법령에서 핵무기 사용조건과 지휘통제 방식, 핵개발 목표와 방향성 등의 구체적인 사항들을 모두 법제화했다.
북한이 일반 법령이 아닌 헌법에 핵무력 정책에 관한 사항을 담은 건 김 총비서가 앞서 공언한 대로 '핵무력 영구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법은 일반적으로 다른 법령에 비해 개정이 쉽지 않단 이유에서다. 게다가 국가 간 협상에서 상대국 헌법 수정을 요구하는 것 역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력정책을 헌법에 명문화하고 이 같은 사실을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대내외에 알린 건 '더 이상 비핵화 협상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등 주요국들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와 이를 위한 대화 제의를 전면 거부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내부적으론 핵무기 개발·보유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앞으로 세대가 바뀌고 국제정세가 달라지더라도 '핵무기를 흥정·협상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홍 위원도 북한의 이번 조치는 "비핵화 불가, 불가역적 핵무기 고도화, 영구적 정책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면서 "북한 법제상의 최고수위 법을 통해 핵무기 고도화의 '비타협성' '불가역성' '영구성'등을 국내외에 강력 발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