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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국기대에 걸린 경찰청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
추석 연휴 전날 단행된 경찰 고위직 인사를 놓고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 서열 3위 계급인 치안감 승진자 8명 가운데 6명이 경찰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독점 해소'를 기조로 내건 만큼 경대 출신의 강세는 예상 밖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치안감 승진자 중 청장보다 두 기수 높은 '고참급'의 약진이 눈에 띄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경찰 조직에서 주목 받는 '강원 라인' 대표주자인 김희중 행정안전부 경찰국장(간부후보 41기·58)은 경찰 서열 2위 '치안정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그 역시 경찰 조직에서 '대선배'로 불리고 있다.
◇'강원라인' 대표주자 김희중 치안정감 승진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희중 국장과 김수환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경찰대 9기·53)이 이날 고위직 인사를 통해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됐다. 치안정감은 경찰 서열 1위 계급인 치안총감(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으로 국가수사본부장과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의 보직을 맡는다. 경찰청장은 치안정감 7명 중 1명이 임명돼 맡는 자리인 만큼 치안정감은 경찰청장 후보자이기도 하다.
김 국장은 인사 전부터 '치안정감 승진 1순위'로 꼽혔다. 그는 다음 달로 예정된 전보 인사를 통해 경찰청 서열 2위 차장이나 서울경찰청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남 구례 출신인 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관동대 공안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간부후보 41기로 경찰에 입직했다. 이어 강원 홍천·동해·춘천경찰서장과 강원경찰청 형사과장, 강원경찰청 자치경찰부장 등을 역임했다.
'강원 라인' 대표주자로 분류되는 그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지도력)'으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고 정무 감각 또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출범 전까지 경찰 중앙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던 인물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12월 경찰 고위직 인사 관련 업무를 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으로 취임하면서 존재감이 커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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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3년도 경찰대학 제43기 신입생과 제1회 편입생, 제72기 경위공채 합동 입학식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교가를 제창하고 있다. 2023.3.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
◇청장보다 두 기수 높은 오문교·김봉식 승진
경철 서열 3위 계급인 치안감 승진자로는 △오문교 경찰청 대변인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 △박현수 국정상황실 파견 △이승협 국가정보원 파견 △정상진 경찰수사연수원장 △김봉식 서울청 수사부장 △임병숙 광주청 수사부장 △배대희 경기도남부청 수사부장 등 총 8명이 내정됐다.
경찰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경찰대 5기와 6기가 2명씩, 7기가 1명, 10기 1명 등 총 6명이 치안감 승진자가 됐다. 순경 출신은 1명, 사법고시 출신은 1명이지만 간부후보생 출신의 치안감 승진자는 없었다.
이중 오문교 대변인(경찰대 5기·56)은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석산고와 경찰대를 졸업하고 1989년 3월 임관했다. 광주서장과 군포서장, 경기청 홍보담당관, 경기남부청 교통과장장과 정보과장 자치경찰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8월 경찰청 대변인으로 이동한 후 윤희근 현 경찰청장(54·경찰대 7기)을 보좌해 왔다. 업무 책임감이 높고 정무 감각이 뛰어나 그의 대외 홍보 활동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대구 출신인 김봉식 수사부장(경찰대 5기·56)은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통'이다. 대구 달서서장과 경북경찰청 형사과장, 대구경찰청 수사과장·형사과장·광역수사대장 등을 지낸 그는 수사 전문성은 인정 받았으나 현 정부 출범 전까지 주로 지방에서 활동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1월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으로 임명된 후 흉기난동 사건과 강남 납치 살해 등 굵직한 사건을 지휘하며 경찰 핵심 수사라인으로 급부상했다.
오 대면인과 김 부장 모두 청장보다 두 기사 높은 '고참급'이지만 이번 고위직 인사로 승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청장 선배 기수는 인사에서 물 먹는다'는 속설이 깨졌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박현수 경무관(경찰대 10기·54)은 현 정부에서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다가 국정상황실로 자리를 옮겼고, 이번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올해 1월 경무관 승진 후 8개월여 만에 또 다시 승진하게 돼 '초고속 승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그간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독점이 심화해 비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으로 올라오기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워낙 그동안 경찰 고위직에 경찰대 출신이 많아서 (비경찰대 출신의) 인력풀이 적어서 그럴 수 있다"면서 "(경찰대 출신의 이번 인사 약진에)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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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치안감 승진자. 김희중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김수환 공공안녕정보국장 © 뉴스1 |
cho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