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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 포스터 |
예컨대 '택시운전사' '변호인' 같은 영화들은 80년대를 살아갔던 평범한 소시민들이 절대 권력의 횡포 속에서 각성해 가는 과정을 담아내 오늘을 살아갈 때 우리에게 요구되어지는 태도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국가대표'나 최근 개봉했던 '리바운드' 등 실화 바탕 스포츠 드라마들은 스포트라이트 바깥에 있던 '언더독'들의 반란을 그려내며 보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가져다줬다. 이 작품들은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었다는 점이 영화가 드러내는 주제에 힘을 실어주는 강력한 '근거'로 작용해 설득력을 얻었다.
추석 시즌 한국 영화 중 유일한 실화 바탕의 작품인 '1947 보스톤' 역시 그런 의미에서 힘이 있는 작품이다. 지난 27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47년 보스톤에서 열린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서윤복선수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1936년 일제 강점기 당시 베를린 올림픽에 일장기를 달고 출전했던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 해방 후 미 군정 시기, 후배이자 제자인 서윤복을 데리고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1947 보스톤'은 이제는 잊혀가고 있는 그 시절 마라톤 영웅들의 도전기를 담아내 희망을 전한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달려야만 하는 국가대표들의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뽕 영화'라는 수식어를 씌우기도 하지만 '1947 보스톤'이 그려내는 드라마는 단순히 '국뽕'이라고 치부할만큼 맹목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뚫고 나아가는 마라토너들의 투지와 정식 국가가 세워지기 전임에도 공동체 의식을 발휘했던 그 시절 국민들의 모습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 날의 관객들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을 만큼 설득력과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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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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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 |
강제규 감독의 연출은 구관이 명관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 등 여전히 회자되는 한국 영화 명작들을 연출한 스토리텔러 답게 녹슬지 않는 연출 능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적절한 순간에 치고 빠지는 웃음과 감동의 밸런스가 훌륭하며 끝으로 갈수록 감정이 고조되는, 빈틈 없는 짜임새가 돋보인다.
'1947 보스톤'은 지난 27일 개봉했다. 추석 3파전의 큰 축인 이 영화가 경쟁작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구관이 명관임을 증명해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