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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등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구속 영장이 기각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선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2023.9.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법원이 내놓은 '이유 요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이를 근거로 앞으로 진행될 이 대표 재판 결과를 예측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만큼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대북송금 의혹 사건 관련 이 대표의 유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증언이 강요나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재판부가 인정한 것은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관한법률상 배임과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 이화영 전 부지사 증언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슨 의미?
'이유 요지'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이 전 부지사 증언에 대해 법원이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유 부장판사는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이 전 부지사의 증언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의 강압, 협박, 고문 등에 의해 피의자가 자신의 의지로 한 진술이 아닐 경우 그 진술은 임의성이 없다고 봐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 전 부지사는 기존 이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바꿔 쌍방울의 이 대표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강압적 수사를 못 이기고 허위 진술을 했다"고 검찰을 비난한 바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자필 편지를 통해 "이재명 당시 지사에게 어떠한 보고를 한 적 없고, 검찰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을 했다"고 진술을 또다시 번복하면서 민주당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민주당 인사들이 이 전 부지사 면회 당시 "위에서 써달라고 한다"며 회유의 자필 옥중서신을 요구한 정황을 포착해 이 전 부지사 진술 재번복이 민주당 측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검찰은 반박했다.
검찰은 이 대표 지시로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 전 부지사 아내 등과 접촉해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을 번복하는 내용의 옥중서신을 공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일단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임의성이 있다고 1차적으로 판단하면서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민주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이라고 적시했다.
이 같은 법원 설명은 이 전 부지사 진술들이 재판 증거로 사용되는데 일단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검찰의 주장대로 이 대표 측 회유로 인한 진술 번복인지, 이 대표 측 주장대로 검찰의 회유에 의한 진술 번복인지는 실제 재판에 들어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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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경기도 제공) 2018.10.7/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
◇ '혐의 소명'됐으니 유죄? '다툼의 여지'가 있으니 무죄?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백현동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를 바로 '유죄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이 증거를 통해 일정 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재판 과정에서 반박하는 증거가 나온다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위증을 교사받은 것으로 지목된 김병랑 전 성남시장 비서 김진성씨가 이 대표와 직접 통화한 녹취록을 근거로 혐의 소명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 향후 재판에서 아를 반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는 표현 역시 무죄로 받아들이는 것은 과한 해석이다. 유 부장판사는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적시했다.
이 표현 역시 검찰과 변호인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의미이지 어느 쪽의 주장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은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검찰이 주장한 범죄 혐의가 명확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은 일부 포함돼 있다.
검찰은 아직 구속영장 재청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법원에서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검찰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혐의 소명 부분도 대체로 부족하다고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재청구보다는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법원이 의혹들에 이 대표 관여 여부가 의심스럽지만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이번 구속영장 결과만으로는 유무죄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최종 진실은 형사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거쳐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대표가 불구속 기소된 백현동·위례 개발 사업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재판을 포함해 이 사건 재판들도 최종 결론까지 적어도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