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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테니스 권순우가 20일 오후 중국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5~50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순위 3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3.9.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테니스 스타 권순우(당진시청)가 '비매너 논란'에 휘말렸다. 약체라고 생각했던 선수에게 패하자 분을 참지 못해 라켓을 여러 차례 내려치고 심지어 상대 선수의 악수도 받아주지 않았다.
승부욕 강한 프로 선수들. 패배로 인한 분노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를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선수로서 보여줘야할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
권순우는 지난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카시디트 삼레즈(636위·태국)에게 1-2(3-6 7-5 4-6)로 졌다. 상대가 무명의 선수였고,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패배의 충격은 더욱 컸다.
더 큰 문제는 경기가 끝난 뒤 발생했다. 분을 이기지 못한 권순우는 들고 있던 라켓을 수차례 바닥에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권순우의 돌발 행동에 현장 분위기는 일순 싸늘해졌다.
심지어 권순우는 자신에게 악수를 건네는 삼레즈를 철저히 무시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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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가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장에서 열린 '2023년 데이비스컵 최종 본선 진출전' 벨기에 다비드 고팡과의 경기에서 리턴하고 있다. 2023.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테니스 선수들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패배 후 화를 참지 못해 라켓을 부수는 행동은 완전 생소한 광경은 아니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종종 그런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권순우의 행동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권순우는 태극마크를 달고 항저우에 왔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이라는 실력을 인정받아 국가대표가 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다. 언행 하나하나가 미치는 파급력이 어떨지는 선수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다. 심지어 상대의 악수도 거부했으니 기본적인 예의마저 저버렸다.
권순우의 이번 행동은 대회 초반 수영, 펜싱, 사격 등에서 금메달이 쏟아지며 순항하고 있는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동료들이 각자의 종목에서 세운 업적과 감동의 순간들이 권순우가 만든 부정적인 이슈에 묻혀버렸다.
선수단 응원차 항저우 현지를 찾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쓴소리를 냈다. 장 차관은 26일 최윤 선수단장에게 직접 전화해 "아쉬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대회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국제무대이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최윤 선수단장은 대한체육회를 통해 "권순우 선수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대회 종료 후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리며, 다시 한번 이번 일로 실망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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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단식 2회전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와의 경기 직후 '악수 거부' 논란을 일으킨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가 "국가대표 선수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경솔한 행동을 했다"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사진은 26일 권순우가 공개한 자필 사과문. (대한체육회 제공) 2023.9.26/뉴스1 |
권순우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직접 상대 선수를 찾아가 사과했다. 그리고 태국 대표팀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자필 사과문을 공개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려 했지만 대한체육회와 논의 끝에 사과문을 공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권순우의 사과문 공개 후에도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상대 선수와 앙금을 풀었을지 모르지만, 권순우의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이 대한민국 선수단과 국민들에게 남긴 상처가 꽤 깊다.
여기저기서 '부끄럽다'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경솔한 행동 하나가 한국 테니스 간판으로 승승장구하던 권순우의 커리어에도 씻지 못할 오점을 남겼다.
권순우는 홍성찬과 함께 남자 복식에도 출전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단식의 부진을 딛고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더라도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프로 선수 자격으로 세계 투어를 숱하게 다니는 권순우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임하는 무대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태극마크의 무게는 상당히 무겁다.
superpow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