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차량 내 성폭행 미수사건…사라진 블랙박스는 어디에 [사건의 재구성]

조수석 잠든 여성에 범행 A씨 준강간미수 징역형
블랙박스는 사건 전에 있었던 제3의 남성이 가져가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2023-09-27 06:00 송고 | 2023-09-27 08:38 최종수정
© News1 DB
© News1 DB

지난해 8월29일 오전 5시10분께 귀가하던 A씨(44)는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 주차된 차량을 발견했다. 차량 조수석에는 술에 취한 여성이 잠들어 있었다. A씨는 차량에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피해자 남편에게 들켰다. 

경찰에 넘겨진 A씨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내 차인 줄 알고 문을 열었고, 피해자의 옷을 벗긴 사실은 있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범행 현장을 처음 목격한 피해자 남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피해자 남편은 A씨를 성폭행범으로 지목했다. 발견 당시 A씨는 속옷을 입지 않았고 아내도 상·하의가 벗겨져 있었다.

A씨는 징역 3년 이상의 강간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증거 확보에 나선 경찰은 차량 내 블랙박스를 찾았다. 하지만 범행 영상이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블랙박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블랙박스의 행방을 놓고 사건은 방향을 틀었다. 

경찰은 사건 당일 A씨에 앞서 또다른 남성이 차량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남성이 블랙박스를 가져간 사실을 확인했지만 범죄 혐의는 없었다. 경찰은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블랙박스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해를 넘긴 수사 끝에 검찰은 피해 여성의 신체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A씨를 준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은 단번에 종결됐다.  

첫 재판에서 최후 변론한 A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 전 또다른 남성이 차량에 있었고, 이 남성이 블랙박스를 가져간 점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피해자 남편의 주장은 과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건을 최초로 목격한 피해자 남편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달 뒤 열린 선고 공판에서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A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형 집행을 2년 동안 유예했다.

재판부는 "범행 방법이 대담하고 위험하며 죄질 또한 매우 불량하다"면서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밀접한 성적 접촉을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아볼 수 없다"며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구속을 피한 A씨는 판결을 받아들였고, 검찰도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사건은 마무리됐다. 사라진 블랙박스도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


issue78@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