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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영빈관 '돈덕전', 100년만에 국민 품으로…26일 정식 개관

고종 즉위 40주년 칭경예식 맞춰 황궁에 지은 서양식 영빈관
서양 열강과 대등한 근대 국가 면모·주권 수호 의지 드러낸 건축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23-09-25 14:13 송고 | 2023-09-25 16:41 최종수정
재건된 덕수궁 돈덕전 모습. (문화재청 제공)
재건된 덕수궁 돈덕전 모습. (문화재청 제공)

대한제국의 영빈관이었던 덕수궁 돈덕전이 100년만에 다시 열린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26일 오전 9시부터 돈덕전을 정식 개관한다고 25일 밝혔다.

돈덕전은 고종 즉위 40주년 칭경예식에 맞춰 서양열강과 대등한 근대 국가로서의 면모와 주권 수호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고자 1902년~1903년에 걸쳐 황궁에 지은 서양식 영빈관이다.

칭경예식이란 1902년 고종의 즉위 40주년을 경축하기 위해 대규모 국제행사로 기획한 예식으로, 돈덕전은 이 행사를 위한 서양식 영빈관으로 지어졌다.

대한제국은 이 행사를 통해 황제의 위상을 높이고 나아가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중립국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려 했으나, 콜레라의 창궐로 국제행사는 무산되고 같은해 11월 국내행사로 축소되어 전통방식의 예식만 경운궁(덕수궁)에서 거행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한 화려한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돈덕전은 이후 황제가 외교사절을 접견하고, 연회를 베풀고, 국빈급 외국인의 숙소로 사용했다.

'돈덕전'이란 이름은 중국의 고대 문헌인 '서경'(書經) 우서(虞書) 순전(舜典) 제16장 중에 "멀리 있는 자를 회유하고 가까이 있는 자를 길들이며, 덕이 있는 자를 후대하고 어진 자를 믿으며 간사한 자를 막으면, 사방의 오랑캐들이 복종할 것이다"(柔遠能邇 惇德允元 而難任人 蠻夷率服)에서 왔다.

돈덕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1921년부터 손상을 입기 시작해 1926년 완전히 사라졌으며, 그 자리에는 1933년 어린이 유원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새롭게 개관하는 돈덕전은 100년전 대한제국 외교의 중심공간이었던 역사성을 고려하고, 현대에 맞는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대한제국 외교사 중심의 전시와 기록보관 및 도서 열람, 국내외 문화교류와 예술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1910년 ~ 1917년 덕수궁 돈덕전 (일본 궁내성 소장 창덕궁사진첩)  (문화재청 제공).
1910년 ~ 1917년 덕수궁 돈덕전 (일본 궁내성 소장 창덕궁사진첩)  (문화재청 제공).

1층은 고종의 칭경예식 등 당시 대한제국의 모습을 영상에 담은 상설전시실 I(대한제국 영상실)과 다양한 기획전시와 국제행사가 가능한 기획전시실로 구성된다.

2층은 한국 근대 외교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 II(대한제국의 외교)와 20세기 초 서양의 살롱을 동기로 해 가구와 조명 등을 배치하고, 각종 도서와 영상자료 열람과 학술회의, 소규모 공연 등이 가능한 32개의 좌석과 이동형 책장까지 갖춘 아카이브실이 자리한다.

상설전시실 II에서는 외교의 중요한 사건뿐만 아니라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 마지막 주영공사 이한응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며 대한제국의 주권과 자주 외교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외교관들과 주요 인물들의 삶도 확인할 수 있다.

서화가이자 초대 주미공사관원인 강진희(1851~1919)가 1883년 미국에서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두 대의 기차를 그린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와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 소장 유물로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를 먹으로 덧칠해 그려 넣은 '서울 진관사태극기'(보물)도 만날 수 있다.

복도 바닥은 발굴과정에서 출토된 타일을 재현하여 장식했고, 천장과 벽에는 100년 전 분위기의 조명 등을 달았으며, 층별로 대한제국 시기의 서울 풍경(1층)과 당시의 주요 인물들(2층)을 디지털 액자에 담아 전시한다.

문화재청은 2015년부터 덕수궁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역사문화자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덕수궁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했다. 돈덕전은 2017년에 발굴조사, 2018년에 설계를 마친 뒤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전시를 위한 자료조사와 공간설계는 건축공사 중인 지난해 7월부터 시작했으며 전시물 제작·설치 및 인테리어를 지난 24일까지 마무리했다.

이날 오후 3시 개최되는 개관 기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응천 문화재청장, 주한 각국 대사,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종교계(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 문화예술계 등 국내외 인사 90여 명이 참석한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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