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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2021.7.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중간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의혹의 핵심은 '가중값 변경을 통한 가계소득 통계 조작', '통계 결과에 대한 외압 행사' 등으로 요약된다.
전직 통계청 관계자들은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통계치 가중값을 임의 조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조작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리 통계의 국제적 신뢰와 위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일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통계청은 7월 말 2분기 가계동향조사 공표를 준비하면서, 가계소득 감소 사실을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통계청은 당시 통계 결과 공표를 준비하면서 2010년 이후 계속 증가하던 가계소득이 6월 430만6000원에서 427만8000원으로 0.6%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감소 수치를 그대로 발표하는 데 부담을 느낀 통계청이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에 새로운 가중값인 '취업자 가중값'을 추가로 곱해 가계소득 수치를 전년 대비 1% 증가(430.6만원→434.7만원)한 것으로 왜곡했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통계조사에서 모든 표본을 일일이 조사하기는 어려운 만큼, 특정 항목에 가중값을 곱해 모집단과의 차이를 좁히는 것은 정확성을 위한 수단이다. 다만 가중값이 과하면 특정 집단 특성이 지나치게 부각돼 통계가 왜곡될 수 있다.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 2015~2017년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당시 통계청이 가계소득에서 취업자 가구를 강조한 것은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취업자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집단이고, 비취업자는 반대로 손해를 본 집단"이라며 "임금근로자가 속한 집단 가중치를 높여 소득분배를 좋게 꾸민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법은 왜곡 위험성 탓에 가중값 변경 시 통계청장 승인을 구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통계청이 이러한 절차를 어김은 물론 표본설계 부서의 반대에도 이를 강행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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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영 감사원 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3.9.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통계청은 2017년 3·4분기에도 같은 방법으로 가계소득 증가율을 높이거나 근로소득이 감소 추세인데도 증가하는 것처럼 왜곡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통계청은 2018년 1분기 가계소득 집계 결과 소득5분위배율이 2003년 이후 최악인 수치(6.01)로 나오자, 앞서 적용하던 취업자 가중값을 다시 빼고 계산해 5.95로 낮춰 공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유 의원은 "가중값을 바꿔치기한다는 건 표본을 통해 모집단의 진정한 소득을 추론하기 위해 그간 해온 것들을 다 망가뜨리는 것"이라며 "특히 이를 넣었다가 다시 뺀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전직 통계청 고위관계자는 "가중값을 바꾸더라도 일정 기간 변경 전 통계와 함께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혹이 사실이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우리 통계의 국제적 신뢰에 큰 영향을 줄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통계법을 위반해 공표 이전 통계청 자료에 수시로 개입했다.
청와대는 2018년 2분기 소득5분위배율 공표일 3일 전인 8월20일 통계청을 불러 2분기 수치가 여전히 악화하는 점을 미리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통계청이 "표본가구 구성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공표될 수치와 추세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보도참고자료에 담겠다"고 보고하자, 청와대는 이러한 내용을 보도참고자료에서 삭제하고 오히려 표본의 한계에 대해 설명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통계법 27조의2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작성 중인 통계와 작성된 통계에 개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계 기관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더라도 공표일 전날 낮 12시 이후에 제공해야 한다.
A 인사는 "공표 전 통계 결과를 보고를 해선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도 청와대에 나도 (통계 결과를) 보고 받지 않을 테니 청와대도 받지 말라고 했고, 모든 정부에서 다 그렇게 해 왔다"며 "통계청의 독립성이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통계청의 독립성과 전문성, 비(非)정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