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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없으면 중동…'고급 가전' 삼성·LG, 이슬람 맞춤 전략 통했다

프리미엄 수요 많은 중동에 국내 업체 공략 가속…'기도 모드' 등 현지화 옵션 탑재
中 매출 규모보다 많아진 중동·아프리카 시장…"신흥 시장에서 승부"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강태우 기자 | 2023-06-06 06:33 송고 | 2023-06-07 09:33 최종수정
삼성전자가 중동 최대 명절인 라마단에 이후 이어지는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축제 기간을 맞아 지난 21일 세계 최대 쇼핑몰 '두바이몰'에 '스마트싱스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삼성전자 제공) 2023.4.23/뉴스1
삼성전자가 중동 최대 명절인 라마단에 이후 이어지는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축제 기간을 맞아 지난 21일 세계 최대 쇼핑몰 '두바이몰'에 '스마트싱스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삼성전자 제공) 2023.4.23/뉴스1

중동 지역의 이슬람교 최대행사인 '라마단' 기간이 되면 이슬람 교도들은 해가 떠 있는 시간엔 금식과 금욕을 하지만 일몰 후엔 새벽 2~3시까지 쇼핑을 즐긴다. 고가 사치재를 일부러 라마단 할인 행사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매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 덕에 중동 시장은 '프리미엄 가전' 판매의 성지로 통한다. 중동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뛰어나고 소비계층의 고급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유독 높은 편이다. 미중 패권 경쟁 상황에서 중국 시장의 매출 규모까지 줄어들자, 중동 '오일머니' 공략은 우리나라 가전업계의 필수 전략이 됐다.

◇ 코란 TV부터 기도 모드까지…삼성·LG 모두 이슬람 맞춤 '현지화 전략'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5성급 니키 비치 리조트에 프리미엄 맨션을 설치하고 2023년형 삼성전자 네오 QLED 8K TV와 비스포크 냉장고,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을 공개했다.

LG전자(066570)도 지난 3월 두바이에서 초(超)프리미엄 라인인 LG 시그니처 2세대를 비롯해 무드업 냉장고,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등을 선보이기 위해 'LG 쇼케이스'를 열었다. 코로나19 탓에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이 행사엔 중동·아프리카 지역 76개국에서 파트너사, 거래처 관계자 등 400여명이 모였다.

단순히 신제품 출시 행사만 중동 지역에서 여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 문화에 맞춘 현지화 전략도 돋보인다. 삼성전자의 가전 관리 앱 스마트싱스엔 하루 5번 기도하는 이슬람 문화에 고려한 '기도 모드'가 담겼다. 기도 시간이 되면 워치에 알림을 주고, 기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명 조도는 낮추고 TV전원은 끄는 기능이다. 중동의 모래 바람이 불 때 스마트싱스 앱 버튼을 눌러 청정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샌드 스톰' 기능도 있다.

LG전자는 중동의 프리미엄 수요에 주목해 약 20년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2004년 출시가격이 8000만원에 달했던 71인치 금장 벽걸이 TV가 대표적이다. 수입차 한대 값에 달하는 고가였지만 출시 전부터 300여대의 주문이 접수되면서 '초고가 시장은 중동'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첫 사례이기도 하다.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이슬람 경전 '코란'을 읽어주는 '코란TV'를 출시했고 2019년엔 세계 최초로 아랍어 음성 인식 기능을 적용한 TV 신제품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판이 닫힌 일반 가전과는 달리 프리미엄 가전은 신흥 시장에서 승부가 된다"며 "그만큼 개척할 시장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라마단에 맞춰 스마트싱스를 통해 '라마단을 스마트하게 연결하라'라는 주제의 캠페인도 펼쳤다. 라마단 기도 시간에 맞춰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TV·조명 등 전자기기를 모두 꺼 영적인 공간을 만들거나, 달이 뜨고 금식 시간이 끝나면 다시 홈 엔터테인먼트를 작동시키는 식으로 활용했다. LG전자도 라마단 기간 중 온라인몰 5% 할인, 쿠폰 제공 등 마케팅을 진행했다.

◇ "중동, 매년 두자릿수 매출 성장률"…중동 맞춤 인재 모집도

중동 지역이 프리미엄 가전 시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고전을 겪고 있는 중국 시장을 대체할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3조3572억원으로 중국 매출(2조6395억원)보다 7177억원 더 많았다. 올해 1분기에도 한국, 유럽, 중국, 러시아, 아시아 등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는 9949억원을 달성하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6억원 증가했다.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도 기록 중이다. 최근 3년간 중동·아프리카 매출은 2조2120억원(2020년)→2조7747억원(2021년)→3조3572억(2022년)으로 평균 23%가량 성장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지역 올레드 TV 시장에서 점유율 78.9%(출하량 기준)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동·아프리카 현지 생산·판매법인 인력 보충도 보충하며 신흥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카타르, 이집트, UAE 등에서 TV·모니터·사이니지 등을 담당하는 VD와 가전 부문의 키 어카운트 매니저(Key Account Manager)와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 VD 영업 총괄 책임자를 채용 중이다. LG전자도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 경영관리직군 채용에 이어 이집트 생산법인 구매·자재 파트 직원, UAE 지역 인사·경영관리 담당자를 모집했다.

(LG전자 제공) 2023.5.28/뉴스1
(LG전자 제공) 2023.5.28/뉴스1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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