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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탄소중립' 진심인 유럽…기다리기만 하는 한국

(더블린·베쿰·=뉴스1) 한재준 기자 | 2023-06-02 06:15 송고 | 2023-06-02 09:58 최종수정
루크 루도스키 폴리시우스 이노베이션·연구 총괄 대표가 22일 R&D센터에서 개발 중인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루크 루도스키 폴리시우스 이노베이션·연구 총괄 대표가 22일 R&D센터에서 개발 중인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 시멘트 산업 취재를 위해 독일과 아일랜드 시멘트 공장을 찾았다. 유연탄 대신 폐기물 같은 대체연료로 시멘트를 생산하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유럽 시멘트 업계의 탄소중립 전환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기자가 방문한 독일 베쿰의 피닉스 시멘트 공장은 이미 대체연료 사용률 100%를 달성했다.

피닉스 공장만큼은 아니지만 대체연료 사용률 90% 이상을 웃도는 공장이 독일 내에 수두룩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외곽에 위치한 브리든 시멘트 공장도 공장 가동 연료의 70% 이상을 순환자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 2020년 기준 독일 시멘트 업계의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은 69%, 유럽연합(EU) 평균은 52%다. 한국 시멘트 업계의 대체율은 2021년 기준 35%에 불과하다.

유럽 시멘트 업계를 취재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들의 탄소중립 청사진이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미래의 기술로 여겨지는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을 유럽 시멘트 업계가 넷 제로 달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보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유럽 각국 정부 또한 CCUS 기술 개발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 탄소중립 기술을 신시장으로 보고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이다. 노르웨이 시멘트 업계는 전 세계 최초로 CCS 상용화를 시작한 상태다.

독일 현지에서 만난 루크 루도프스키(Luc Rudowski) 폴리시우스 이노베이션·연구 총괄 대표는 "규제가 만들어져야 기술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규제가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는 의미로 읽혔다.

유럽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시멘트 업계의 탄소중립 기술은 걸음마 단계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기업들의 의지도 부족하다.

국내 시멘트 기업에 설비를 공급하는 폴리시우스사는 수익의 50% 이상을 그린 기술 개발에 쓰고 있다. 반면 국내 시멘트 업계의 연구개발 비용은 매출액의 0.25% 수준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많이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CCUS는 너무 먼 얘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단 시멘트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CCUS와 관련한 정부 정책의 부재로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U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바이오 항공유도 정유업계는 시장 개화 시기만 바라보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탄소배출 저감 기술이 신시장임을 인식하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서야 할 때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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