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의약계·업계·환자 모두 불만…논란 계속

소아 비대면 초진 "치명적 결과 초래"vs"육아가구 고통 외면"
환자단체 "초진 넓게 인정 남용될 우려"…제도화 험로 예상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05-30 18:15 송고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30일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30일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6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전환을 앞두고 정부가 30일 의원급·재진환자 중심의 사업안을 내놨으나 의약계와 플랫폼업계, 환자·시민단체 그 누구도 반가워하지 않게 됐다.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진통 끝에 마련됐으나 여전히 쟁점이 많아서다. 실제 시범사업 시행이나 앞으로 제도화 과정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소아환자 초진의 경우 야간·휴일에 한해 상담은 허용하고 처방은 불허한다는 방안에 플랫폼업계와 의료계 모두 우려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보고를 거쳐 마련한 시범사업안을 보면 오는 6월 1일자로 비대면진료의 한시적 허용은 중단되고 시범사업으로 바뀐다.

대상은 동네 의원에서 재진환자 위주로 한정하되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등에 한해 초진도 허용했다.

야간·휴일 등 동네 병·의원 접근이 어려울 때의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를 초진 대상에 포함할지가 논란이었는데 복지부는 의견 수렴 끝에 '야간·휴일에 상담(초진)은 허용하나 처방은 안 된다'고 정했다.

의학적 조언을 들을 수 있으나 처방전은 못 받아낸다는 의미다. 처방까지 받으려면 기존에 다니던 의료기관이나,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응급의료기관에 가야 한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계 우려가 있으나 부모는 그간 인터넷에 의존해 부정확한 정보를 구하기도 했다"며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게 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구성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2023.5.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구성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2023.5.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초진 허용 여부는 제도화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다.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에서는 초진, 재진 구분없이 진료가 가능했으나 정부가 제도화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와 재진 중심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업계는 한시적으로 허용돼 온 상당수 사례가 초진이었다며, 재진으로 제한될 경우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가 다수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복지부가 양측 의견을 들은 뒤 절충안을 내놨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복지부 역시 '상담'의 개념을 '초진의 일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차전경 과장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한다. 강조하고 싶은 바는 소아의 경우도 재진이 원칙"이라면서 "의사의 전문적인 의료 상담인 만큼 진찰료가 발생할 초진이며, 예외적 허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아이들 목숨을 걸고 의사에게 도박을 하라는 것과 다른 없는 일"이라며 "이 제도를 운영하다가 사고가 날 것이다. 애들이 죽는다는 얘기"라고 격분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증상이 급변하는 소아 질환의 특징, 진단 어려움을 고려할 때 비대면진료는 아이들에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향후 제반여건이 갖춰졌을 때 사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의료진과 환자 보호장치가 구체적으로 필요하다"고 협회 입장을 전했다.

이에 반해 닥터나우 등 플랫폼 업체들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야간·휴일에 비대면진료로 소아 초진 환자의 처방이 불가능해진 데 대해 "육아 가구의 고통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원산협은 이번 시범사업에 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졸속 추진됐다며 "소아과 대란 해결 의지는 있는지 묻고 싶다. 수혜자를 대폭 축소해 피해와 불편을 국민에게 떠넘겼다"고 강조했다.

여러 우려를 감안한 차 과장은 "양쪽 의견이 팽팽하다. 의학적 조언을 구하게끔 확대했다.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면 상담을 통해 부모가 활용할 수 있고 응급실에 갈지 말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약사계·산업계 주장 대신 국민 건강권 확대 관점에서 비대면진료 설계를 요구했던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안기종 대표는 "초진을 굉장히 넓게 인정하고 있다. 남용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이날 건정심이 열린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플랫폼 의료 민영화를 위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반대한다"며 "비대면진료가 충분한 안전성 검증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고 촉구했다.



ksj@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