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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장타에 성숙함까지"…만 19세 루키 방신실, 스타 탄생 예고

300야드 장타 주목…'정확성' 집중하며 데뷔 첫 승까지
시드전 부진 등 좌절 극복…"대성할 자질 분명한 재목"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23-05-29 13:49 송고
방신실이 28일 강원도 원주 성문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제11회 E1 채리티 오픈'최종라운드에서 10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2023.5.28/뉴스1
방신실이 28일 강원도 원주 성문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제11회 E1 채리티 오픈'최종라운드에서 10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2023.5.28/뉴스1

여자 골프에 또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쾌한 장타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좌절을 빠르게 극복해내는 성숙한 멘털까지 갖추고 있기에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근래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방신실(19·KB금융그룹) 이야기다.

방신실은 지난 28일 강원 원주의 성문안CC(파72‧6662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9억원)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정상에 올랐다.
방신실은 이번 대회 전부터 이미 KLPGA투어의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여자 선수들에게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장타'를 갖춘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한국 여자 골프에서 '대성'한 선수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섬세한 샷을 장점으로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장타를 무기로 내세우면서도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박성현(30·솔레어)과 김세영(30·메디힐)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긴 비거리를 보유하고도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방신실 역시 그러한 케이스였다.
방신실은 E1 채리티 오픈까지 5개 대회를 치르면서 4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했다. 그리고 KLPGA 챔피언십에서 4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3위에 오르는 등 2차례나 '챔피언조'로 우승 경쟁을 펼쳤다. 시원시원한 장타와 함께 좋은 성적까지 거뒀다. 

그러나 정작 우승을 한 E1 채리티 오픈에서는 '장타'를 고집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 접해보는 코스에 악천후까지 겹친 이 대회에서 긴 비거리보다는 정확한 샷에 집중했고 1, 2라운드 선두를 유지하며 단순한 '장타자'가 아님을 입증했다.

방신실이 28일 강원도 원주 성문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제11회 E1 채리티 오픈'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2023.5.28/뉴스1
방신실이 28일 강원도 원주 성문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제11회 E1 채리티 오픈'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2023.5.28/뉴스1

3번째 '챔피언조'로 나선 최종 3라운드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하게 페어웨이를 지키면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다. 티샷이 빗나간 것은 단 한 번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했다. 한 타차 살얼음 승부가 이어지던 16번홀(파5)에서 비거리 292.2야드를 날려 페어웨이에 안착했고, 이를 바탕으로 버디를 낚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 대회를 중계한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은 "장타로 이름을 알린 선수지만 이번 대회를 보면 단순히 길게 때리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처음 보는 코스임에도 코스에 대한 이해도와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만 19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아주 성숙한 경기력이었다"고 전했다.

각종 지표에서도 방신실의 '정확성'은 돋보인다. 방신실은 드라이브 비거리에서 259.63야드로 전체 1위에 올라있는 반면 페어웨이 안착률은 61.9%로 115위에 그쳐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전의 장타자들과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그린 적중률이 79.62%로 전체 1위다. 티샷을 멀리 때리면서 페어웨이 안착률은 다소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그린을 공략하는 세컨드샷의 정확도가 탁월했다는 이야기다.

김 위원은 "멀리 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확실히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 수 있다"면서 "여기에 정확도까지 겸비했다면 두 발 이상 앞서나갈 수 있다. 장타로 '주목'을 받고, 정확도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신실 역시 '실리'를 챙기겠다는 생각을 명확히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응원도 많이 받아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비거리에 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정확성을 더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신실이 28일 강원도 원주 성문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제11회 E1 채리티 오픈'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KLPGA 제공) 2023.5.28/뉴스1
방신실이 28일 강원도 원주 성문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제11회 E1 채리티 오픈'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KLPGA 제공) 2023.5.28/뉴스1

방신실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멘털'이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그는 지난해 말 프로 전향을 선언했는데, KLPGA 시드전에서 40위에 머물면서 '조건부 시드'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다른 선수들의 출전 여부에 따라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입지이기에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방신실은 5번째 출전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풀시드를 확보해냈다.

우승 이전까지 2차례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것 역시 자칫 '슬럼프'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기였지만 방신실은 이를 악물고 극복했다. 특히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궈낸 값진 우승이기도 했다.

방신실은 "힘들었지만 정신력으로 버텨냈다"면서 "시드전이 끝나고 마음고생이 많았고, 챔피언조로 나서고 우승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다 좋은 경험이 돼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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