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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기간제 교사 차별 소송 판결문의 이유 있는 사족

2심 재판부, 1심 뒤집고 "기간제·정규직 다른 임금, 차별 아냐" 판결
2심 판결문에 기간제 처우 지적…이례적으로 추가 논의 필요성 강조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3-05-29 08:00 송고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전국교직원노조원들이 기간제교사 임금 차별 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5.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전국교직원노조원들이 기간제교사 임금 차별 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5.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처우의 차이를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밝혀둔다."

이는 서울고법 민사38-2부(부장판사 박순영 민지현 정경근)가 판결문에 적은 문장이다. 법적 해석과 판단 근거를 논리적으로 담아야 하는 판결문에 판사가 자신의 생각을 적는 일은 드물다.  
지난 26일 기간제 교사 25명이 정규직과 차별 없이 임금을 달라며 낸 소송 결과가 2심에서 뒤집혔다. 1심은 차별을 인정했으나 2심은 차별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1심은 임용고시 합격 여부만 놓고 기간제, 정규직 교사 사이에 본질적인 능력 차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들을 동일한 비교 집단이라 봤다.

이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평등의 원칙에 비추어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차별 대우를 불법으로 판단했다. 어쩌면 우리가 당연한 차이로 생각해온 것들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었다. 기간제와 정규직을 동일한 집단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심은 이들 집단이 임용 방법과 기간, 권한과 책임 등에 법적인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책임이 무거운 감독 직위를 맡을 수 없는데 이것이 두 집단이 다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평등의 원칙에 비추어 서로 다른 두 집단에 차이를 두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봤다. 1심과 비교하면 다소 경직된 판결로 느껴졌으나 납득이 되는 법리 해석이었다.

눈여겨 볼 점은 재판부가 판결문에 남긴 '추가 논의 필요성'이다. 판결문 32~34 페이지에 작성된 이 부분엔 법적 판단에서 벗어난 재판부의 솔직한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초·중·고교의 담임 중 기간제 교사의 비율이 52%에 이르며 이같은 추세는 심화되고 있다. 현장에선 기간제 교사가 담임·학생부·학교폭력 등 정규 교원이 기피하는 업무까지 떠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이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기간제 교원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돌아보고 처우 문제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국가가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의 고심이 느껴졌다. 감히 재판부의 의중을 읽어보자면 현재의 법으로는 '이렇게' 판결할 수밖에 없으니, 권한을 가진 정부가 정책 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던진 셈.

2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이게 당연한 판결. 정규직은 노력의 결과"가 대부분이었으나, 재판부의 속내는 이와 달랐던 것이다.

급변하는 우리 사회를 법이란 틀에 맞춰 재단하다 보면 한계가 생기기 마련. 단순한 법적 판단에서 나아가 고심의 흔적도 함께 적는 '이런 판결문'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결을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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