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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애틀랜타 노숙자는 기후변화가 무섭다

폭염 사망 위험률 일반의 3배…고농도 황사·오존 등 악재 증가
바이든, 노숙자 주택공급에 4690억원 증액…두터운 대책 필요

(애틀란타=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023-05-26 07:01 송고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중심업무지구 주변에 모여있는 홈리스(Homeless·노숙자) 모습 © 뉴스1 황덕현 기자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중심업무지구 주변에 모여있는 홈리스(Homeless·노숙자) 모습 © 뉴스1 황덕현 기자

기후변화로 빈번해진 폭우와 폭염 등 위험기상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상청과 함께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기관을 취재 중이다. 경유를 위해 들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중심업무지구 주변에서 수천명의 홈리스(Homeless·노숙자)를 목격했다.
유명 관광지인 '월드 오브 코카콜라'나 올림픽 공원 근처에는 노숙자 텐트촌이 인도를 점령했다. 몸싸움하거나 음식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취재하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겠지만 총기 휴대가 전면 자유인 조지아주에서 어둑어둑해질 무렵의 우범지역 취재는 언감생심이다.

왠지 모르게 출국 직전 찾은 서울역 앞 모습이 떠올랐다. 막걸리 한 병, 선교회 같은 곳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두고 싸우는 노숙자들이 있는 곳 말이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노숙자는 8956명, 5년새 2300명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집 밖 사람들'은 많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시민단체 등은 새로운 노숙자나 취약계층의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집 밖에 나앉지 않았으나 사실상 노숙자 같은 경제·생활환경에 처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노숙자 등 취약계층은 기후변화에 일반보다 취약하다.
이은선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원의 '기후변화 시대, 노숙인들의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에 따르면 노숙자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폐질환, 정신질환을 앓는 비율이 높아 폭염 시 사망 위험률이 일반의 3배 이상 높다. 특히 노숙자 대부분이 도시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도시 열섬 효과에 따른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오염물질의 조성 변화도 문제다.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은 탓에 몽골과 중국 북동부에서 발원이 쉬워진 황사나 오존 농도 증가는 호흡 곤란과 폐렴 등 호흡기 질환도 부른다. 앞서 미국 내 연구에서는 뉴욕과 토론토의 오존 관련 사망률은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4.6%에서 최대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2022.2.21/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미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노숙자를 이주시키는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올해 예산에 노숙자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 등에 3억6000만 달러(약 4690억원) 이상 증액을 끌어냈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노숙자 도시'가 된 LA는 노숙자를 호텔로 이주시키는 '인사이드 세이프'(Inside safe)에 2억5000만달러(약 330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애틀랜타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지난 1월, 구호단체가 노숙인 텐트를 찾아 옷가지를 나눠주면서 재사회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부는 최근 반지하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재난지역 집중 관리를 공언했다. 노숙자 지원에는 무료급식과 긴급복지 생계급여, 공공일자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탄소중립기본법이나 탄소중립·녹색성장계획에 담긴 '기후 적응'을 위한 지원 내용은 요원하다.

탄녹계획 기반이 된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위기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피해와 자연재해에 대한 적응역량과 회복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위한 방안은 나온 게 없다.

5월 중순, 한반도에서는 낮 기온이 이례적으로 35도를 웃돌며 일부 지역에서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청은 "전세계에서 이상기온과 최고기온 기록이 계속 경신되고 있다"며 "취약계층 등이 건강관리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숙자를 비롯해 우리 모두를 위해, 기후변화에 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한 때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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