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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 '위기단계'…집 팔아도 빚 다 못 갚는 가구 '쑥'

한은, 금융안정상황 점검…저축은행·부동산 등 취약점 산재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3-03-23 11:00 송고
(자료사진) 2023.3.22/뉴스1
(자료사진) 2023.3.22/뉴스1

우리나라 금융 안정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5개월째 '위기 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금리 인상과 자산가격 하락이 설상가상으로 겹치면서, 채무가 과다하고 주택 등의 자산을 처분해도 빚을 모두 갚지 못하는 고위험가구가 급증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기회의를 열고 이 같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했다.

한은은 "국내 금융 시스템은 시장 안정화 조치 등에 힘입어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나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에 FSI가 위기 단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 안정에 관한 20개 실물·금융지표를 표준화한 FSI는 지난 2월 기준 21.8로 집계됐다.

이는 위기 단계 임계치(22) 바로 아래로,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23.5까지 치솟았던 작년 10월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위기 단계 수준이다.

(한은 제공)
(한은 제공)

가계부채의 경우 전반적인 부실 위험은 제한적이나 고위험가구 부실이 일부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부채 부실화 위험이 높은 고위험가구는 지난 2월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5%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됐다.

고위험가구 비중은 2021년만 해도 2.7%에 불과했으나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약 1.9배 급증한 것이다.

여기서 고위험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겨 연체 위험이 높은 과다채무 가구이면서,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초과해 자산 처분을 통한 부채 상환까지 불가능한 가구를 뜻한다.

(한은 제공)
(한은 제공)

2월 고위험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 규모는 전체 가계 금융부채의 9%로 추정됐다.

지난 2021년 3.9%였던 고위험가구의 부채 비중이 약 2.3배 불어난 셈이다.

한은은 "고위험가구는 지난해 이후 이자 부담 증가와 자산가격 하락으로 DSR과 DTA가 추가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연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의 경우, 한은은 현재 0.7%에서 연말 1.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장기 평균인 1.3%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한은은 저축은행·증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연체율 상승을 우려했다. 이미 저축은행·여전사의 가계대출 중 고위험가구의 대출 비중은 26.6%·16.6%로, 은행(7.2%)은 물론 상호금융(11.6%), 보험회사(12.4%)보다 높다.

(한은 제공)
(한은 제공)

한은은 우리 금융 시스템의 약한 고리로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도 주목했다.

특히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리스크를 우려했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노출)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대출이 91조2000억원, 유동화증권 채무보증이 24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한은이 계산한 비은행권 PF 사업장의 종합 리스크 점수를 보면 평균 점수가 2020년 12월 53.7점에서 2021년 12월 58.0점으로 높아지더니 작년 9월에는 67.0점까지 치솟았다.

이에 한은은 PF 사업장 부실화에 따른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정도를 살폈다. 그 결과 기관 전반의 자본비율은 규제비율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겠으나 상황이 예외적으로 심각해지는 경우에는 규제비율을 밑도는 금융기관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부동산 경기 위축이 장기화되면 사업이 중단되거나 부실화되는 PF 사업장이 늘어나 일부 비은행권의 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 중심의 원활한 구조조정 여건을 마련해 부실 우려 PF 사업장의 정리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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