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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풍 부는 한일, 무역수지엔 악재?…"한미일 삼각동맹 경제안보·공급망 효과"

반도체 핵심품목 규제 해제로 수입처다변화·공급망 안정 효과 기대
"무역적자 폭 더 커질 것" vs "경제안보 등 국익 측면 간과 안돼"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2023-03-19 06:00 송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3.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3.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들면서 양국 교역관계 정상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과 교역 활성화가 수출 침체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일부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업계에는 일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이미 해당 품목의 국산화·공급처 다변화가 상당 부분 이뤄져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교역량 증가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경제계와 정부여당에서는 단기적 시각에서의 무역수지 영향 보다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의 경제안보적 측면, 공급망 안정에 따른 유무형의 효과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핵심품목 규제 족쇄 풀려…공급다변화 기대 속 제한적 효과 전망

한일 양국 수출 관계당국은 지난 16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3개 핵심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면 한국 정부가 WTO 제소를 취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로 무역분쟁이 발생한지 4년여 만이다.

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통상무역 관계 복원을 공식 천명했고, 향후 상호 '국가 카테고리'(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해서도 조속히 원상회복하기로 했다.

일본이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인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반도체 업계는 규제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및 수입 다변화로 대응하면서 현재는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이 미미한 상태다.

그럼에도 일본의 규제 해제에 따른 핵심품목 수입 다변화 효과는 반도체 업계에 호재임은 분명하다. 공급처가 다양해질수록 더 낮은 가격, 우수한 품질을 두고 공급처가 경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반도체 규제 해제가 발표된 후 반도체 관련 업체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대자주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34% 오른 6만1300원을 기록하며 '6만전자'를 회복했다. SK 하이닉스도 전일 보다 6.33% 급등한 8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다만 규제품목 해제 효과가 길게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의 반도체 핵심품목의 일본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화수소의 대일 의존도는 수출규제 이전인 2018년 41.91%에서 지난해 7.66%로 34.23%p 급감했다.

국내 수요기업 대상 수입량 변화 등 집계에서도 EUV 포토레지스트의 대일 의존도가 50%로 감소했고, 휴대전화용 불화폴리이미드는 대체 소재를 통해 대일 수입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부장 수출입 공식 통계에서도 이같은 추세는 뚜렷하다. 규제 3대 핵심품목이 포함된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분야 대일본 수입금액은 규제조치 이전인 2018년 63억5471만 달러에 달한 반면 수출액은 25억9684만 달러에 그쳐 37억5787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수입처를 유럽 등지로 다변화하고 우리정부가 소부장 육성 정책을 대대적으로 전개, 일본 수입품목의 국산화 대체에 나서면서 대일 무역수지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일본 수입금액은 56억8076만 달러로 2018년 대비 7억 달러 가량 줄었다. 반면 수출금액은 34억1788만 달러로 8억 달러 이상 증가해 22억6288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 2018년 대비 15억달러가량 줄었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관광전' 삿포로시 부스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2022.10.13/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관광전' 삿포로시 부스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2022.10.13/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주력산업 겹치는 대일 무역 고전…"적자 더 늘것" vs "경제안보 등 무형효과"

글로벌 경기둔화와 에너지가격 상승,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등 부진까지 겹친 현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2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 중이다. 일본과 교역이 복원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우리나라 수출입 특성과 체질을 살펴보면 일본과 경제교류 활성화가 무역수지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월 기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한달간 91억7164만 달러를 수출하고 131억3865만 달러를 수입해 양국의 교역규모는 월 220억 달러에 달한다. 2위 교역국 미국과는 수출 80억5414만 달러, 수입 69억6995만 달러로 10억8418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과는 수출 22억8399만 달러, 수입 39억5015만 달러로 16억6616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지를 기록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교역규모가 62억 달러에 달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의 4분의 1, 미국의 3분의 1 수준의 교역량이다.

특히 유전이나 석탄, 희토류 등을 보유한 에너지·자원 부국과 교역에서 적자는 불가피하지만 일본의 경우 산업구조가 우리나라와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도 한국의 무역적자 폭이 가장 큰 나라들 중 하나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디스플레이 등 IT, 자동차 품목에서 일본 시장은 폐쇄적 경향이 뚜렷하다. 자동차 분야 우리기업은 일본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상태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본 시장 진출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본격 공략시점 및 시장 안착 여부를 장담하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밖에 관광 분야 등에서도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보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더 많았는데, 포스트 코로나19를 계기로 관광 부문에서의 고전도 예상된다. 종합하면 우리나라와 일본 간 교역 확대가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 보단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적자 폭 확대 요인이라는 분석과 관측이 많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일본과 교역 정상화가 당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비교열위 분야 수입액이 컸던 만큼 현시점에서 냉정하게 얘기하면 수출 보다는 수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짚었다.

국회 산중위 여당 관계자는 "일본과 관계정상화는 경제적 측면도 있지만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의 경제안보적 측면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를 간과해선 안 된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수치만 갖고 한일 관계를 섣불리 재단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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