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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통신]2세 계획이요?…"금수저 아니고 물려줄 재산 없는데요"

"못 낳는 겁니다"…작년 국내 합계 출산율 0.78명 '역대 최저'
"남들만큼 해줘야 하는데, 번듯한 유모차 값만 100만원 이상"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3-03-19 06:00 송고
편집자주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MZ세대'는 어느덧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정치권에선 'MZ표심' 잡기에 골몰하고, 학계에서는 'MZ세대 담론'을 쏟아냅니다. 그러나 정작 MZ세대들은 "우리는 오해받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그 오해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뉴스1 사회부 기자들이 나섰습니다. MZ세대 최전선에 있는 90년대 중반생 기자부터 '젊은 꼰대' 소리 듣는 80년대생 기자까지 'MZ통신'을 연재합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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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계획요? 저희는 애 생각은 없어요. 애가 싫은 건 아닌데…"

최근 결혼을 앞둔 한 동생을 만났습니다. 축하 인사를 전하며 가볍게 2세 계획을 물어봤는데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
아이를 좋아한다면서도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는 이유는 뭘까 싶어 물어보니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친구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더 절실히 느꼈는데, 요즘 주거 비용이 너무 올라서 생계를 꾸리려면 맞벌이가 필수"라며 "임신, 출산으로 공백이 생기는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애를 낳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영어유치원도 보내야 하고, 애가 (국민임대 아파트 거주자 등을 비하하는) 휴X, 엘X 같은 소리 안 듣도록, 상대적 박탈감 없게 키우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갈 텐데 지금은 예비신부랑 둘이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SNS·육아예능 보면 엄두도 안나"…출산은커녕 결혼조차 부담
그래도 결혼이라도 결심한 걸 보면 이 친구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요즘은 아이는커녕 결혼조차 부담스러워하는 'MZ'들의 숫자도 꽤 많은 편입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32)는 "서른까지는 결혼이나 연애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요새는 결혼에 대해 좀 내려놓은 것 같다"며 "그냥 혼자 벌어서 혼자 쓰고 자유롭게 사는게 좋지, 결혼해서 돈모으고 전전긍긍하면서 사는 게 손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습니다.

20대 직장인 최모씨(28·여)는 "TV 육아 예능이나 SNS를 보다보면 결혼하고 애낳고 싶은 생각 자체가 사라진다"며 "돈 많이 버는 연예인 만큼은 아니더라도 남들 하는정도로는 해줘야 애한테 미안하지 않을텐데, 번듯한 유모차 하나에 백만원이 넘어가는 걸 보면 그것도 어려워 보이더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합계 출산율은 0.78명이고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초혼 연령도 각각 33.72세와 31.26세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결혼은 미루고 출산은 거부하는 모습입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고령화 사회도 부담…"이런 세상에 아이낳는 것이 아이에게 미안"

문제는 이같은 추세 때문에 아이를 낳는 자체가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악순환이죠.

한 스타트업 기업에 다니며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장모씨(34·여)는 "지금 당장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강제로 걷어가는 와중에 젊은 세대들은 많이 내고 받지도 못할 구조가 되고 있지 않느냐"며 "저출산 고령화가 더 심각해질 미래의 대한민국이 내 자녀 세대가 살만한 세상이 될 거라는 기대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가 불과 오는 2036년에는 생산 인구 2명 이하가 노인 1명을 부양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장씨는 "나 역시 금수저가 아니고, 애를 낳아도 좋은 대학에 꽂아줄 힘도, 물려줄 재산도 없다"며 "애를 낳을 경우 나중에 애가 '나를 왜 이런 세상에 낳았냐'며 원망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취재 중 만난 MZ세대 중에는 의외로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마저도 '낳지말아야 할 이유'를 어쩔 수 없이 읊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슬픈 사회의 한 단면으로 보였습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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