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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엘베 타고 병원 종횡무진"…이런 로봇 어떻게 생겼나 가봤더니

현대엘리베이터 오픈 API 적용한 용인세브란스병원 현장
"인력부족·환자 편의성 개선…新수익모델 가능성도"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2023-03-20 06:10 송고 | 2023-03-20 15:09 최종수정
 약제이송로봇 '피용'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약제를 나르는 모습.

"로봇 도입 후 두 배 편해졌어요. 약제실은 굉장히 복잡한 공간입니다. 마약류 또는 긴급상황 발생 시 필요한 약품은 사람이 직접 이송해야 합니다. 나머지 약제를 로봇이 척척 알아서 이송하다 보니 부족한 일손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약사 A씨가 대기 중인 이송로봇에 약제를 싣는다. 로봇은 지하 2층 약제실을 벗어나 전용 엘리베이터 15호기를 탑승해 1층 외래 진료실로 이동한다. 진료실에 도착한 로봇에서 간호사가 필요한 약제를 꺼낸다. 물품 이송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5분이다.

지난 15일 찾은 경기도 용인세브란스병원. 병원 내부를 자유롭게 누비는 약제이송로봇 '피용'이 시선을 끌었다. 가장 바쁜 외래 진료 운영 시간인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약제를 싣고 움직이는 피용은 약제실에 없어선 안 될 직장 동료다.

물품을 실은 피용은 약제실 문턱을 자연스럽게 통과했다. 주변 사람과 사물 같은 장애물을 피해 무사히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분. 망설임 없이 목적지를 향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숙련된 일꾼 같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손이 없는 로봇이 다른 층을 능숙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현대엘리베이터(017800) '오픈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엘리베이터와 직접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일반에 공개된 이 오픈 API는 건물 내 수직 이동을 돕는 엘리베이터 상태 및 제어 시스템이다. WB 기종의 승강기이면 별도의 장비·설치 없이 자유롭게 연결이 가능하다. 현재 병원 30대의 엘리베이터 가운데 이 오픈 API가 적용된 것은 2대(3호기·15호기)의 승강기다. 
  약제이송로봇 '피용'이 현대엘리베이터를 탑승한 모습(현대엘리베이터 제공).

이 시스템은 인력 공백을 없애고 빠른 약제 이송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윤지은 용인세브란스병원 약사는 "약제 담당 직원분이 때마다 약제를 전달해주는데, 이 시스템 도입으로 사람이 약제를 배달하는 횟수가 줄었다"며 "그 시간에 다른 업무를 보는 등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약제실에서 피용이 매달 나르는 약제 건수는 1000건 이상이다. 3월 둘째주 기준 일 평균 35건, 약제 이동이 많은 날은 60건 이상을 실어 전달했다. 3월 보름 동안만 피용이 이송한 횟수만 616건이다. 지난달에는 1419건의 약제를 배달했다.

덕분에 업무 효율성과 환자 만족도도 높아졌다. 그는 "단순히 사람이 편리해지는 것을 넘어서 핵심 인력들이 처방 감사 등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바쁜 시간에 로봇이 약제를 전달해 전달 지연으로 발생하는 환자들의 불만도 확연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송롯봇뿐 아니라 입원 환자들의 짐을 나르는 벨보이로봇 '짐캐리'도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오픈 API와 연결된 이 로봇은 접수처 직원의 스마트폰 앱 클릭 한번만으로도 호출할 수 있다. 무거운 짐을 나르기 어려운 환자의 물품을 전용 엘리베이터(3호기)를 거쳐 8층 입원실로 옮겨준다. 최대 60㎏의 물품을 실을 수 있다. 

이처럼 현대엘리베이터 오픈 API가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의료계다. 한시가 급한 응급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는 곳인 만큼 숙련된 전담 인력이 필요해서다. 분당서울대병원에도 오픈 API를 적용한 로봇을 도입한 상태다.

입원 환자들의 짐을 나르는 벨보이로봇 '짐캐리'. 

그뿐 아니라 최근 호텔·아파트 등 다양한 분야에도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호텔의 경우 바쁜 시간대나 야간에 로봇이 고객의 짐·어메니티 등을 나르는 데 쓰이고 있다. 서비스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현대엘리베이터는 기술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기술 지원 IT 엔지니어 등 전문 인력을 통해 서비스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오픈 API 서비스 고도화로 신규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이용료는 27만원(승강기 1대)의 월과금 형태로 정기 점검과 유지 관리비 등 인건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사용처가 늘어나면 구독모델 형태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API 호출 건수에 따른 서비스 이용료, 정기적인 서비스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API 구독료 등의 오픈 API에서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 구상이 가능하다"며 "또 API는 무료로 접근하면서 API를 이용하기 위하여 현장에 현대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유상보수 서비스를 계약하게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전략도 구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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