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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교사·한의사·군인 어우러진 '귀촌'…여수 봉수마을에 없는 것[지방소멸은 없다]

5년간 48세대 전입…마을 인구 30%가 외지인
'텃세 없는' 넉넉한 마을인심 매력…주민간담회로 간극 좁혀

(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2023-03-18 07:06 송고
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전남 여수 돌산 봉수마을 전경.2023.3.14/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전남 여수 돌산 봉수마을 전경.2023.3.14/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마을 인구의 30%가 외지인이라구요?"

전남 여수시 돌산읍의 조그마한 마을. 한적하고 조용한 이 마을에는 청아한 새소리와 정겨운 경운기 엔진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마을 곳곳에서는 밭농사가 한창이다. 주로 지역 특산품인 돌산갓과 고들빼기 등을 재배하고 있다.
일반적인 시골마을 풍경과 비슷하지만 이곳에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마을 인구의 30%가 외지인이라는 것. 인구 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여느 시골마을과 달리 꾸준한 인구 유입을 통해 마을에는 활력이 넘친다.

주인공은 바로 여수 봉수마을이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차운대 이장(62)은 취재진을 보고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밭농사를 제쳐두고 나온 그는 자신의 트럭에 취재진을 태우고서 마을을 한 바퀴 도는 투어를 시작했다.
봉수마을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밀집된 형태의 시골마을 모습과 다르게 집 사이 간격이 조금씩 떨어져 있다.

여수 봉수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환담을 하고 있다.2023.3.14/뉴스1 © News1
여수 봉수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환담을 하고 있다.2023.3.14/뉴스1 © News1

마을 전체 면적 규모가 일반 시골마을에 비해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마을 내부에 모여 사는 민가도 크게 3~4개로 구분돼 있다.

차 이장은 이동중 두세차례 차량을 정차한 후 갓을 수확 중인 마을주민들에게 다가가 갓 수확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고가는 대화 속에 따뜻한 정과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골목길을 지나면서 30여분간 마을 곳곳에 있는 외지인 거주지를 둘러봤다.

정원을 가꾸고 싶어서 22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한의사 가족부터,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는 원어민교사 가족, 전역한 부사관 출신 농업인 가족 등 귀농귀촌인들은 각자의 사연을 담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차 이장은 "인심 좋고, 물 좋고, 산 좋고, 풍경 좋고, 정이 많고, 장수하고, 한적하고, 마을 넓고, 텃세가 없다"고 봉수마을을 자랑했다.

봉수마을은 국도 17호선에 접해 있으며 마을 뒤로는 봉화산(해발 318m)이, 마을 앞에는 와룡천이 흐르고 있다.

차운대 전남 여수 봉수마을 이장.2023.3.14/뉴스1 © News1
차운대 전남 여수 봉수마을 이장.2023.3.14/뉴스1 © News1

마을에서 200여m 떨어진 둔전리는 분지형태로 생겨 돌산섬에서 바다가 안 보이는 게 특색이다. 조선시대 왜구가 창궐할 당시 이곳에 주둔했던 병사들은 평상시에는 농사를 짓고 전시에는 전투에 나갔던 곳이라고 한다.

봉수마을은 시내와 가까운 접근성도 이유지만 차 이장은 '텃세 없는 넉넉한 마을인심'을 인구 유입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시골마을로 귀농귀촌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텃세'다. 기존 주민들과 마찰없이 지내야하는데 봉수마을에는 마을주민과 전입해 들어오는 외지인들 사이에 차 이장이 있었다.

올해로 62세인 그는 봉수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토마토와 갓김치를 재배하며 딸 셋과 아들 한 명을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봉수마을 역시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을로 찾아들어오는 외지인들에게 차 이장은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차 이장은 마을주민들 간 인간관계는 물론 외지인들의 마을 적응을 위해 영농자재 신청을 대신하는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여수 봉수마을에 위치한 선경조각실 모습. 이 마을 출신 조각가가 만든 작품이다.2023.3.14/뉴스1 © News1
여수 봉수마을에 위치한 선경조각실 모습. 이 마을 출신 조각가가 만든 작품이다.2023.3.14/뉴스1 © News1

봉수마을은 주민 간담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토착주민과 이주민 간 간극을 좁히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같은 노력 등으로 봉수마을에는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48세대(73명)가 전입해 들어왔으며, 이 중 30세대 가량이 지금도 마을에 살고 있다.

시골마을 특성상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80%를 넘는다는 점에서 매년 사망자를 포함해 마을을 빠져나가는 인구까지 고려한 수치다.

차 이장은 "이곳의 땅값이 싼 것도 아닌데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오는 걸 보면 상당히 신기하다"면서 웃음지었다.

그는 "시내와 가깝다는 점과, 바다가 유명한 여수지만 오히려 육지를 선호하는 주민들이 의외로 많다"며 "해안가 마을에 비해 재정이 넉넉하진 않아도 주민 대상으로 시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어 되도록 많이 참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봉수마을의 경우 전입세대가 비교적 많은 편"이라며 "마을별 전수조사를 통해 요인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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