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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인턴은 돈 받고 다니는 독서실?…경험담 들어보니

정부, 올해 公기관 '체험형' 청년인턴 2만1000명 채용
"잡무만 하기도"…정부, 하반기 개선안 발표 예정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2023-02-02 07:43 송고 | 2023-02-02 09:22 최종수정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참가기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3.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참가기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3.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의 인턴을 늘려 청년들에게 양질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인턴을 경험한 이들 사이에선 잡무만 하다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푸념이 나온다.

기관별로 업무 강도가 천차만별일 뿐 아니라 직무체험과도 무관한 업무가 많아 당초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양일간 '2023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를 열고 올해 공공기관 청년인턴은 지난해보다 2000명 많은 2만1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고용 한파'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정원 감축 계획을 밝힌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줄인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대안으로 '인턴 확대' 카드를 꺼낸 셈이다.  

그러나 정직원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있는 '채용전환형'이 아닌 취업준비생들의 '스펙' 목적으로 활용되는 '체험형' 인턴의 확대는 정부의 실적 쌓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야당 의원이던 시절, 전 정부의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확대를 두고 "정부가 고용통계 수치가 잘 나오게 만드는 단기 일자리 창출에만 관심이 있다"며 "공공기관을 '알바 체험판'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제 공공기관의 인턴 제도를 경험한 이들도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상황이다.

주택 관련 공공기관에서 체험형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A씨는 "매달 나오는 고지서를 세대별로 나눠서 정리하는 게 주된 업무였다"며 "직원들도 3~6개월 남짓 일하는 인턴에게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를 시키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 관광공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는 B씨도 "스펙 몇 줄 더 적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직렬의 기관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작 인턴에 뽑혀도 업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며 "동일한 취업 과정을 거친 현직자들도 이런 사정을 알다 보니 잡무를 시킬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인턴 제도가 난감한 것은 구직자인 취업준비생들의 입장만이 아니었다. 공공기관 정직원인 전모씨(30)는 "우리 회사의 경우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3개월씩 인턴이 새로 들어온다"며 "업무를 알려주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 취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독서실 인턴'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어차피 정규직 직장을 구해야 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월급을 받으면서 자소서를 쓰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독서실'같이 일이 편한 공공기관을 찾는 것이다.

(인터넷 갈무리)
(인터넷 갈무리)

이에 공공기관의 정규직 채용 또는 채용전환형 인턴을 확대해 근본적인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불가피하다면 체험형 인턴 제도라도 내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부서마다 중요한 시즌이 다 다른데 부서별 수요랑 별개로 기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인턴을 뽑은 뒤 배치하고 있다"며 "개별 부서가 인턴이 맡게 될 업무를 구체적으로 공지하고 채용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분기마다 점검하던 청년인턴 만족도 조사를 매달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하반기에는 6개월 이상 (장기간) 인턴을 채용하는 기관에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인지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s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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