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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건강] 때아닌 가스레인지 유해 논란…호흡기질환 일으킨다?

美서 논란 제기…전문가 "가스레인지 탓인지 연소과정 탓인지 불분명"
굽는 요리습관, 중증 천식환자 폐기능 악화…충분한 실내 환기 중요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01-25 05:40 송고
3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철길 숲 불의 공원에서 포항 장미 사랑회원들이 천연가스로 계란을 삶고 있다. (자료 사진) 2019.5.31/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3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철길 숲 불의 공원에서 포항 장미 사랑회원들이 천연가스로 계란을 삶고 있다. (자료 사진) 2019.5.31/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미국 정부기관 관계자가 무심코 가스레인지 규제 필요성을 내비쳐 때아닌 '가스레인지의 위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 해당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 안 되겠다는 우려와 정치적 발언이라는 반발이 함께 나왔다. 사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게 맞지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는 아직 없다.

◇"가스레인지는 몸에 해로워, 사용 금지해야?"…논란 불거져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리차드 트럼카 주니어 위원이 '건강 및 호흡기 문제 등을 이유로 가스레인지 판매금지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원은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숨겨진 위험"이라며 "안전하지 않은 제품은 금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신 또한 미국 가정의 40%가 사용하는 가스레인지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등을 방출해 호흡기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환경 및 공중보건 국제 저널'의 보고서도 미국 내 12% 이상의 소아 천식이 가스레인지 사용에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 저자는 "50년간 가스레인지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가 있었으며 가장 강력한 증거는 소아 천식 사례"라고 강조했다.

해당 보도는 미국 내에서 즉각 정치적·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공화당 의원들은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는 바이든 정부가 가스레인지를 금지해, 화석연료도 규제하겠다고 비판했고, 가전제조협회는 "기구 사용과 무관하게 요리 자체가 유해한 부산물을 만든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알렉산데르 호은-사릭 CPSC 위원장은 13일 성명을 내 위원의 발언을 철회했다. 그는 "CPSC는 실내 공기 질 유해성을 줄일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분명히 말하면, 가스레인지(가스스토브) 금지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News1 DB
© News1 DB

◇가스레인지든, 전기레인지든 유해 물질 나와…실내 환기 중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논쟁이 있었다. 지난 2016년 한 전기레인지 판매업체가 '주방 가스 사용이 폐암 원인'·'가스레인지 점화 후 불완전 연소로 인한 일산화탄소 발생'이라고 홈페이지에 광고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시정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객관적인 자료 없이 과장 광고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연구진들도 가스레인지 등 조리기구 때문인지, 요리하다가 발생한 연소 과정 때문인지 알기 힘들어 아직은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양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의 윤호주·박동원·김상헌 교수 연구팀은 2017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지 '알레르기천식 호흡기질환(AARD)'에 '실내 공기오염이 천식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 결과를 펴낸 바 있다.

연구팀은 "실내 연소는 요리를 위한 가스레인지의 사용, 벽난로, 가스 난방기와 같은 난방 장치, 심지어 흡연을 포함하며, 이때 이산화질소·이산화황·일산화탄소·미세먼지 등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산화질소·일산화탄소의 실내 농도 상승은 천식과 같은 민감 집단에서 호흡기 증상 악화와 천식 질병 경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서도 "실내 공기오염물질과 천식 사이에도 인과관계에 관해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김상헌 교수는 <뉴스1>에 "조리 시 발생하는 실내 오염이 가스레인지 등 연소가스에 의한 것인지, 조리할 때 음식물 등이 타면서 나오는 유해 물질에 의한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 조리하지 않고 가스레인지를 작동하는 상황은 실생활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6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연구 결과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에서 미세먼지가 모두 발생했고, 조리 기구와 관계없이 요리 재료의 연소과정에서 대부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김 교수는 어떤 기구를 쓰든 요리할 때 환기를 충분히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추운 겨울 창문을 모두 닫고 요리하면 집안 유해 물질 농도가 높아지니 반드시 창문을 열고 후드를 켜라고 당부했다.

대신 한양대병원 연구팀은 "주 1회 이상 생선이나 고기 등을 굽는 요리를 하면 성인 천식 환자의 호흡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중증 천식 환자의 폐활량을 떨어뜨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가정 내 그릴을 이용한 요리 방식은 흔히 사용되지만, 천식 환자의 폐 기능과 연관된 연구는 밝혀진 게 많지 않다"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건강한 사람보다 호흡기 환자에게 더 크기 때문에 요리할 때 신경 쓰는 게 좋겠다"고 진단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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