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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살인으로 막 내린 여수 '땅 부잣집' 오남매의 비극

징역 18년 확정…"유족들 엄벌 탄원"
'선산 처분' 문제로 다퉈오던 중 범행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2023-01-24 10:00 송고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형은 재산을 그렇게 받았으면서 제사는 왜 안챙기슈"

오남매 중 첫째 아들인 A씨(64)와 셋째 아들 B씨(57)는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싸웠다.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땅부자로 이름을 날렸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4628㎡(약 1400평)에 달하는 땅과 주택 1채를 모두 장남에게 남겨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산을 물려받은 맏형은 제사 등 집안 대소사를 잘 챙기지 않았고, 조상의 무덤이 있는 산을 마음대로 처분했다. 사남매는 이런 맏형의 모습에 실망했고, 맏형과 자주 다투게됐다. 심지어 셋째 동생은 "선산이 형 땅이냐. 선산을 처분할 때는 동생과 의논해라"고 항의하면서 맏형을 때리고, 조카들 앞에서 욕을 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둘 사이의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셋째 동생은 맏형의 주변지인들에게 "장남이 우리집 재산을 다 말아먹었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 맏형 또한 자신에게 막말을 하고, 자신의 명의로 된 토지 사용에 간섭하는 셋째 동생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둘은 자주 다투게 됐고, 결국 에는 서로의 전화번호를 지워버리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2021년 5월 21일 오후. 발단은 맏형이 지인 C씨에게 전화로 "토지에 고구마를 심어야 겠으니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토지를 비워달라"는 말 한마디였다.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던 셋째 동생은 격분했다. 남에게 땅을 빌려주는 것도 서러운데, 또 동생들에게 상의도 없이 선산을 마음대로 처분했기 때문이다. 

그는 맏형에게 전화를 걸어 "머리를 부수어버리겠다. 고구마를 꼭 심어야 겠느냐. 그 땅을 왜 관리하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그간 참던 맏형도 "죽여버리겠다. 가만두지 않겠다"며 화를 냈다. 한참을 소리지르며 싸우던 둘은 여수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버스정류장 앞 노상에서 만난 두 형제는 언뜻 화해를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버스정류장 안으로 셋째 동생이 먼저 들어가자 맏형은 손에 감겨 있던 수건을 풀었다. 그는 집에서 미리 준비해온 흉기로 동생의 복부를 한 차례 찔렀고, 몇 시간 후 동생은 사망했다.

결국 A씨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있었다' '평소 수면제를 먹고 있어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지 피해자와 전화로 언성을 높이면서 다투던 중 분노를 느낀다는 이유로 친동생을 살해했다"며 "피고인은 범행 전 흉기를 수건으로 가리는 모습을 보였으며, 피해자를 만나 비교적 단시간 내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겪었을 신체적, 정신적 공포는 가늠하기 어렵고,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의 자녀들, 피해자의 누나 등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에게 상당한 처벌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이 모두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이 옳다고 봤다. 이후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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