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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담뱃재·쓰레기 먹이며 또래 길들이려 한 20대, 결국은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2023-01-20 06:03 송고 | 2023-01-20 09:17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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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겁이 많고 어리숙한 또래를 폭행과 협박, 학대를 통해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두려 했다.

전형적인 가스라이팅(gaslighting, 심리지배)이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A씨(21)와 피해자 B씨(20)는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A씨는 인천에 사는 B씨에게 온갖 감언이설로 "가출하라"고 꼬드겼다. 결국 B씨는 지난해 6월 대구로 내려와 A씨 집에 들어갔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한없이 친절하던 A씨는 B씨가 자기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태도를 180도 바꿨다.

2021년 7월, "말과 행동이 느려 답답하다"며 그는 B씨의 얼굴을 마스크로 덮은 뒤 앉았다 일어서기를 1시간 동안 시켰다.

B씨가 실수로 바닥에 놓인 종이컵을 엎자 그는 "담뱃재를 모두 핥아먹어"라고 명령했다.

거부하면 어김없이 주먹이나 회초리가 날아들었다. 그는 바닥에 엎질러진 담배꽁초, 머리카락, 침, 쓰레기 등도 핥아먹게 했다.

생활비가 궁해진 그는 대출을 받기 위해 한달 동안 여러 금융기관을 돌아다녔지만 B씨의 말실수로 대출에 실패하자 나무막대기를 휘둘렀다.

왼쪽 허벅지를 30차례 때린 그가 "이번에는 네가 직접 오른쪽 허벅지를 때리라"고 하자 B씨는 순순히 따랐다.

A씨는 수시로 B씨에게 주먹을 휘두른 뒤 화장실 변기 속에 B씨의 머리를 집어넣기도 했다.

은행 대출에 실패한 후에는 "너 때문에 명품시계를 팔았다. 1억3000만원을 갚아라. 갚지 않으면 너희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B씨 부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로 작정했다.

B씨에게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는데 인터넷 도박으로 탕진한 바람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고 하라"고 시킨 뒤 B씨 부모가 살고 있는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버지 C씨를 만난 B씨가 암기한 내용을 그대로 말하자 수상하게 여긴 C씨가 경찰에 신고한 바람에 체포되면서 비극은 막을 내렸다.

재판부는 "자신을 방어하기 쉽지 않은 피해자에게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피해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고 검찰에서 출석을 요구하자 '대구에 가는 것이 두렵다'며 출석을 거부한 점 등을 보면 아직까지 깊은 상처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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