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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왜 집 팔았어"…어머니 장례식날 아버지 폭행 살해한 아들

생계난에 술 먹고 범행 …살해 후 큰아들에게 "내가 어떻게 하는지 봤지"
1심서 징역 30년 선고…법원 "패륜적 행위에 비극적으로 사망 참혹해"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2023-01-15 06:04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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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봤지?"
지난해 6월24일 A씨(50대)가 부산 기장군의 아버지(80대) 집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후 집을 나서면서 큰아들에게 한 말이다. A씨의 소름 끼치는 이 말에는 평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A씨는 2015년 필리핀 국적의 아내와 결혼한 뒤 6년 후 자녀 4명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귀국 후에도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생계급여를 받는 처지가 됐다.

A씨는 힘들 때면 평소 술을 찾았다. 술에 취하면 늘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6월3일 A씨는 버스정류장에서 술에 취해 의붓아들의 모자를 벗기고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렸다.

법정에서 A씨가 밝히기로는 훈육 차원에서 때린 것이라고 했으나, 의붓아들은 폭행으로 상처가 났고 이전에도 스펀지 배트로 머리를 여러 차례 맞는 등 단순히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해 때린 것에 불과했다.
아버지를 살해했을 때도 그는 만취 상태였다. A씨는 당일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 술을 마시던 중 장례 부의금이 적은 것에 화가 났다.

또 10년 전 아버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대구 소재 부동산을 매도한 것에 대해서도 쏘아붙이며 아버지의 뺨을 때렸다. 매도 후 시세가 오른 것에 화를 낸 것인데, A씨 본인의 집도 아니면서 역정을 냈다.

겁에 질린 아버지는 신발도 신지 못하고 집 밖으로 달아났고, 가족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에도 A씨는 아버지를 침대에 눕혀 주먹을 휘둘렀다. 폭행은 장장 2시간이나 이어졌다.

아버지의 온몸은 멍 투성에 갈비뼈 여러 개가 부러지는 등 끝내 다발성 손상으로 숨졌다. 아버지가 쓰러졌는데도 A씨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집을 빠져나왔다. 

다음날 오전 A씨의 아내가 "아버지가 움직이지 않는데, 가봐야 한다"고 알렸지만, A씨는 "상관없다"고 패륜적 답만 남겼다. 이후 경찰이 수사를 위해 집에 왔을 때도 A씨는 아내에게 몰래 손으로 '쉿'하며 조용히 시켰다.

그런데도 A씨는 법정에서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당시 음주로 심신장애 상태였다"는 황당한 말을 꺼냈다. A씨는 20여년 전 폭행 혐의로 4차례나 처벌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3일 존속살해 및 아동학대 혐의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일에도 술에 취한 상태로 아버지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살해하는 패륜적 행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건강이 쇠약한 노인으로 무방비 상태로 아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됐다. 폭력의 흔적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범행을 모두 지켜본 피고인의 아내와 의붓아들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평생 고통이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마음이나 반성을 하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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