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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잡범은 공개하고 중죄인은 숨겨야(?) 하는 금융위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22-12-02 06: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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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불법공매도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위법행위자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단체 등을 비롯해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요구가 있었지만 '깜깜이' 상태였던 '범죄자 정보'를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사업보고서를 통해 '제재사실'을 고시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관심있게 찾아보면 불법공매도 등으로 제재를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업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는 외국인과 외국계 기관의 경우는 제재사실조차 완벽하게 '깜깜이' 상태다.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거래대금 기준으로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즉 시장의 절대다수 공매도 세력은 제재를 받아도 그 정보하나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금융위가 이번에 불법공매도 제재 대상자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던 외국 공매도 세력의 정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바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수사기관으로 넘기는 처벌 대상자의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혐의의 정도로 볼 때 수사의뢰 대상자는 금융위가 처분 종결하는 사건보다 훨씬 중대하고 피해범위도 심각한 범죄행위자다. 그런데 이런 대상자는 정보공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피의사실 사전 공표 금지'와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사법 원칙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단순 표기 실수로 주문을 잘못 냈지만 공매도 주문과 달랐기 때문에 법 항목상 '불법공매도'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기관은 그 정보가 공개된다. 

그런데 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무차입공매도'를 통해 시장을 교란하고 주가를 떨어트려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 투자자들에게 중대한 피해를 입힌 '불법공매도 세력'은 사법기관의 수사 진행 과정에서 정보를 공개하면 안된다. 

그야말로 잡범은 신상을 만천하에 공개해 돌을 맞게 하고, 강도는 인권을 철저히 보호해주는 셈이다.

심지어 재판 결과를 보면 '국민의 사법감정'과는 동떨어진 처벌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피해는 막중한데, 불법공매도 자체에 대한 사법부의 '양형기준'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윤병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장(검사)은 "불법공매도의 경우 위법 사안에 따라 검찰 등 수사당국에 사건을 이첩해 이때부터는 '강제수사'에 돌입하게 되는데, 수사가 진행되고 재판까지 거치면 최종 결과까지는 2~3년 정도 소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면 불법 공매도 세력 입장에선 "기왕 '불법'을 저지를 거 화끈하게 한번 해먹고 적당히 수사 받으며 2~3년 버티다가 시장에서 잊어버릴 때 쯤 벌금 몇억원 내거나 징역 몇년쯤 살고 마는 것이, 잡범으로 걸려 신상이 공개되는 것 보다 낫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도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이런 부분을 답답하게 보고 있다. 

금융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금융위는 지난 7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처벌에 대한 정보공개 범위를 크게 확대했고, 이번에는 처벌 대상자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면서 "현재 단계적으로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데, 금융위의 행정력과 사법 영역의 충돌로 인해 정작 중범죄 처벌 대상자에 대한 정보는 공개를 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법 공매도 뿐만 아니라 주가조작,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과 같이 우리 주식시장의 신뢰도를 해치고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중범죄 역시 수사 의뢰 대상"이라면서 "금융위는 이런 자본시장 중범죄자야 말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법 당국과 논의해 단계적으로 공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줄이려면 불법공매도나 주가조작, 시세조종 등 시장 교란행위를 했을 때 그 범죄 주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우리 자본시장에서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은성기자 © News1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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