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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도 여성일 수 있다"…성전환한 아버지, 가족관계등록부 변경 허용

대법, 11년 만에 판례 변경…"부조리한 삶 강요 안돼"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최현만 기자 | 2022-11-24 14:42 송고
김명수 대법원장. © News1 송원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 News1 송원영 기자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11년 만에 판례가 바뀌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4일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 달라며 낸 등록부 정정 신청 재항고 사건에서 항고 기각으로 결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2013년 성주체성장애(성전환증) 진단을 받은 A씨는 2018년 이혼한 뒤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성으로 생활해왔다. 하지만 A씨는 2012년에 아이를 얻었고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아버지(남성)로 표시돼 있었다. 이에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적힌 자신의 성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해달라며 정정 허가를 신청했다. 

법원은 과거 대법원 판례를 들어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1년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 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1심과 2심도 "미성년 자녀의 입장에서는 부(父)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므로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성별 정정을 허용하면 가족관계증명서의 '부'(父)란에 기재된 사람의 성이 '여'(女)로 바뀌면서 동성혼의 형태를 띠게 되고 미성년 자녀가 학교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내면 이로 인한 차별이나 편견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감수성이 예민한 미성년 자녀를 동성혼 문제에 노출시키는 것은 친권자로서 기본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성별정정 신청은 허가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격을 형성하고 동등한 구성원으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 정정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부조리한 삶을 살도록 강요받게 된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거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이 모여 다수결로 판결한다. 이날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가운데 단 1명만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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