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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겨울]⑧"하반기 분양 0건"…산업단지 찬바람 "계약포기 속출"

접경지역 산단 분양률 40% 불과 "문의 전화도 없다"
일감 줄자 '가동률'도 절반…"내년이 더 어렵다" 우려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2022-11-24 07:00 송고 | 2022-11-24 08:45 최종수정
편집자주 또 겨울이다. 없는 이들에게 겨울은 더 혹독하다. 경기는 바닥을 향하고 있는데 물가마저 치솟고 있다. 여기에 금리까지 올라 빚 부담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올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 막막하다는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기침체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어쩌면 민생을 살펴야 할 이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이 되지 않을까.
경기도 한 산업단지에서 준공을 앞두고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 News1 이민주 기자

"오늘 오후로 예정됐던 입주 상담도 취소됐어요…하반기 들어 중도금을 내지 않는 업체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3개월 사이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입주를 취소하는 곳들이 수두룩합니다"

지난 22일 경기도에 위치한 한 산업단지 분양 사무실에서 만난 개발사 대표 A씨는 '상담 예약을 취소하겠다'고 적힌 고객의 문자를 보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올해 하반기 들어 단 한건의 입주 계약도 따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파도가 산업단지에 휘몰아치고 있다. 입주를 코앞에 두고 절반도 채 분양하지 못한 산업단지가 있는가 하면, 코로나 이전에 분양은 마쳤지만 최근 들어 공장을 닫겠다는 문의가 쏟아져 골머리를 앓는 곳도 있다. 업계에서는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시설자금 대출 시 저금리를 적용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17년 준공된 파주 적성산업단지 1단계 입주 기업 중 폐업한 곳은 10개사(전체 80개사)다.© News1 이민주 기자

◇"내년 준공인데"…접경지역 산단 분양률 60→40%

기업 성장과 지역산업 진흥을 선도하는 산업단지에도 경기 침체 그늘이 드리웠다. 3년이나 이어진 코로나19에 끝이 보이지 않는 3고 복합위기까지 겹치면서 최근 분양률이 급감하고 있다.
대표 A씨가 운영하는 개발사에 따르면 자사가 분양 중인 접경지역 산업단지 분양률은 이달 기준 40%에 불과하다. 이 산단은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분양률은 올해 초 60%였다가 최근 40%대로 떨어졌다. 분양 초기 입주 계약을 한 업체들이 최근 줄줄이 계약 취소를 통보하고 있어서다.

입주 문의도 뚝 끊겼다. 산단 개발사 대표 A씨는 "최근 하루에 상담이 한건도 없는 날이 더 많아졌다. 이렇게 된 지 한달 반쯤 됐다"며 "금리가 오르면서 중도금을 넣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기 시작한 게 신호였다. 이미 계약을 파기한 곳도 있고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곳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연천 지역에 있는 B산업단지 입주율도 50%에 못 미친다. 이 단지는 지난해 분양을 시작해 올해 하반기 준공을 시작했다. 준공한 지 15년이 넘은 같은 지역의 C산업단지는 최근 공실이 생겨 다시 분양 공고를 냈다.

18일 방문한 파주 적성산업단지 1단계 내부에는 적막이 감돈다.  이 산단은 2017년 7월 준공을 시작했다. © News1 이민주 기자

◇입주 마친 산업단지들 '가동률 하락'에 골머리

어렵사리 입주는 마쳤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산업단지도 많다. 수도권과 지방 일부 산업단지는 올해 들어 가동률이 급감했다.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와 신평장림산업단지 가동률은 이달 기준 50%다. 파주 적성산업단지 2단계 가동률은 50% 이하다.

작업이 줄자 폐업·이전하는 공장도 늘어났다. 2017년 7월 준공한 파주 적성산업단지 1단계 입주 기업 중 폐업한 곳은 이달 기준 10곳에 이른다. 전체 80개 입주사의 12.5%가 문을 닫은 셈이다. 코로나 위기가 원인이 됐다. 부산의 두 단지에서는 현재 3개사(전체 25개사)가 폐업을 검토 중이다.  

직원을 해고하고 조업시간, 일수를 줄이며 '막판 버티기'에 돌입한 곳도 있다. 녹산국가산업단지 입주사인 D기업은 생산량 감소로 인해 직원 수를 기존 760명에서 300명대로 줄였다.

이경식 녹산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작업량이 크게 줄어든 반면 가스요금, 금리, 임금 등은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주5일 일하던 곳은 최근 3일, 4일밖에 일을 못 하고 있다. 입주사 중 한곳은 가스사용료가 매출의 50%를 차지할 지경에 이르러 폐업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18일 접경지역의 한 산업단지에서는 준공을 앞두고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 News1 이민주 기자

◇산단 입주기업들 '고금리'에 시름…인력난도 한몫

업계는 '금리 인상'이 산업단지 분양률을, '소비 침체'가 가동률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87%로, 2014년 1월(4.88%) 이후 8년 8개월 만에 가장 높다. 집계 전인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5%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중소기업 이자 부담도 커졌다. 같은달 기준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은 40.6%로 1년 전(3.1%)보다 13배 이상 급증했다. 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5조2000억원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공장을 이전하려는 곳들이나 새로 공장을 내려는 곳들 모두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산업단지 입주 시 이용하는 담보대출의 경우 사업체 매출이 감소하면 오히려 금리가 올라가는 구조다. 오히려 사업 규모나 공장을 줄이려는 곳들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가 감소한 점도 현재의 미분양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반기 중소기업 부족 인원은 59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9% 증가했다. 미충원 인원은 16만4000명으로 7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체류 외국인근로자 수는 22만5516명으로 2019년말 대비 5만1239명 줄었다.  

산단 개발사 대표 A씨는 "입주를 검토하다가도 직원을 구하지 못해서 못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접경지역에는 (산단) 노동자 100%가 외국인인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줄어들면서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8일 접경지역의 한 산업단지에서는 준공을 앞두고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 News1 이민주 기자

◇"내년이 더 문제"…업종기준 완화·세금 면제안 등 필요

산업단지 입주 업체와 개발사 모두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산단 입주 업종기준 제한 완화, 폐업 등에 따른 입주업종 요건·절차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현재는 산업단지입지법에 따라 제조업과 지식산업으로 입주가능 업종이 한정돼 있다. 산단별로도 제한이 있다.

또 입주업종 변경이 필요한 경우 관리기본계획과 개발계획 변경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허가에 장기간이 소요돼 입주기업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심지어 주요 유치업종 변경 시 지정권자인 국토부 장관과의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기반시설, 환경에 영향이 큰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모든 업종의 입주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산업용지 면적의 3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A씨는 "인프라가 부족한 산단의 경우 입주업종 기준을 완화해 물류센터, 영상센터 등 서비스업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외에도 심의기준, 사업승인 완화, 세금 면제 확대 등으로 어려운 기업들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식 이사장은 "소비 위축으로 재고가 쌓이면서 업계에서는 내년 일감 자체가 올해보다 30~40%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숨만 나온다"며 "어려운 기간을 이겨낼 수 있게 산업단지 입주사 대상의 가스요금 인하, 시설자금 대출시 금리우대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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