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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광명 아내·두아들 계획살해…가장은 악마였다

둔기·흉기로 연쇄 공격…'잔혹성 상상초월'
경·검 조사서 '기억상실·다중인격장애' 거짓 주장

(광명=뉴스1) 최대호 기자, 유재규 기자 | 2022-11-18 07:00 송고
'광명 일가족 살인사건' 용의자 고씨(45). /뉴스1

아내와 10대 두 아들을 잔혹하게 계획살해한 광명 가족 살해범 고모씨(45)의 범행동기와 과정, 이후 해명 등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검찰이 17일 고씨를 재판에 넘기며 밝힌 4쪽 분량의 공소사실 및 수사 결과에 묘사된 '그놈'은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잔악했다.

2020년 6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고씨는 2년여간 백수생활을 지속하며 아내 A씨(40대)와 잦은 언쟁을 벌였고, 초·중학생 자녀인 B군(10대)과 C군(10대)과도 소원한 관계가 됐다.

첫 째 아들이 자신의 슬리퍼를 신었다는 이유로 욕설·폭언을 하는 등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던 그의 머리 속은 가족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업신여긴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슬리퍼 사건이 있은 후 20여일 뒤 고씨의 잔혹한 범행은 시작됐다. 고씨는 애초 가족을 살해한 뒤 극단선택 사고로 위장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둔기를 미리 구매했으나, 범행 과정에서 사전 계획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자 범죄 피해를 당한 것처럼 위장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범행 당일인 10월25일 저녁. 고씨는 "1층에서 가방을 가져오라"며 아내 A씨를 집 밖으로 유인했다. 아내가 1층을 다녀오는 짧은 시간 고씨는 큰아들 B군을 둔기로 때려 쓰러뜨리고, 집안으로 다시 들어온 아내를 같은 방법으로 때려 눕혔다. 이어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작은아들 C군을 '범행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공격했다.

고씨는 집안에 있던 흉기로 항거불능 상태가 된 아내와 두 아들에게 2차 공격을 가했다.

고씨는 '나 죽는거죠? 그렇지!' 등의 혼잣말을 하며 보호해야 할 가족을 상대로 둔기와 흉기를 휘둘렀다. 고씨의 이러한 언행은 B군이 켜둔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 고스란히 담겼다. B군은 고씨가 욕설과 폭언을 하는 일이 잦아지자, 이 사건 이전부터 고씨의 욕설 등을 녹음했고, 사건 당일에도 범행 약 3시간 전부터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켜 뒀다.

광명 일가족 살해사건 현장. /뉴스1

범행 직전 CCTV를 피해 1층 공용 계단 창문으로 아파트에 진입해 15층 주거지로 들어왔던 고씨는 범행 직후 '범죄피해 알리바이'를 위해 PC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2시간 가량 애니매이션을 시청했다.

이후 CCTV에 노출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고씨는 연기를 시작했다. "외출 후 돌아오니 가족들이 죽어 있다"며 울며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나타난 경찰관에게도 범죄 피해로 가족을 잃은 가장 행세를 했다.

하지만 범행 시 자신이 입었던 피묻은 옷가지와 범행도구를 경찰이 찾아내 들이밀자, 이내 범행을 실토했다.

고씨는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8년 전에 기억을 잃었고,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다시 기억을 찾았다"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또 "내면에서 서로 다른 인격이 대화를 한다"며 마치 다중인격장애를 겪는 것처럼 행동했다.

검찰은 고씨에 대한 통합심리분석에 나섰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기억상실·다중인격장애 주장 모두 거짓으로 판단했다. 고씨의 의도적인 형량 줄이기 혹은 자기합리화로 추정된다.

검찰 관계자는 "(고씨의)범행동기는 피해자들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과장된 사고가 누적되다가, 피해자들에 대한 반감, 분노감이 증폭된 결과로 확인된다"며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살인죄로 기소된 고씨에 대한 재판은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진행된다. 첫 재판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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