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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불평등 만연한 브라질…대선이 반전의 계기가 될까

[브라질 대선 현장을 가다] 룰라 지지 이유…"공교육 투자해 격차 해소할 후보"

(리우데자네이루=뉴스1) 최서윤 기자 | 2022-10-28 09:46 송고
27일(현지시간) 오전 브라질 상파울루 외곽 거리에는 버려진 카트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잠든 까만색 피부의 노숙 청년 모습이 보였다. 사진을 올려도 될지 고민이 많았다. 2022. 10. 27. © News1 최서윤 기자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이죠. 나라의 기본이니까. 빈부격차를 해소하려면 우수한 공교육을 제공해야 해요. 학교가 많으면 뭐하나요. 공교육에 더 많이 투자하고 교원 급여도 잘 지급해서 양질의 공교육을 제공해야 해요."

27일(현지시간) 만난 아만다 로차(26)는 나흘 째가 되어가는 기자의 브라질 체류 기간 접한 현지인 중 가장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백인 얼굴에 완벽한 영어 발음 때문에 리우데자네이루인이라는 대답이 놀라울 정도였다.

로차는 이번 주말 대선에 누굴 뽑겠냐는 질문에 바로 "룰라"라고 답했다. 브라질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공교육 투자이고, 그렇게 할 사람이 룰라라고 했다.

오는 30일 치러지는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를 통해 '화려한 복귀'를 준비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6) 전 대통령. 오른쪽은 부인 잔자. © AFP=뉴스1

실제로 룰라 전 대통령은 2003~2010년 집권 중 교육과 극빈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실천했다. 집권 3년차이던 2006년 라디오 프로그램 '대통령과의 아침을'에서 "15~24세 3400만 청년이 모두 대학을 나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게 우리 정부 목표"라며 "교육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룰라 집권 8년간 브라질에서는 인구 약 20%가량인 무려 4000만여 명이 빈곤선을 탈출했다. 브라질 복지부가 2010년 밝힌 바에 따르면 2001~2008년 사이 월소득 82달러 미만인 빈곤층과 41달러 미만 극빈층은 전체 인구의 33.3%에서 15.5%로 반감했다. 룰라가 60%의 지지율로 취임해 80% 넘는 지지를 받으며 퇴임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이후엔 어떻게 됐을까. 브라질 지리통계연구소(IBGE)가 세계은행(WB)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2년 전체 인구의 6.5%까지 떨어졌던 극빈층은 2019년 다시 13.5%로 증가했다.

WB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브라질 10가구 중 3가구는 하루 4.5달러 미만으로, 12가구 중 1가구는 1.10달러 미만으로 살았다. WB가 집계한 브라질의 1인당 국민소득(2021년 기준)은 7519달러다.  

이 수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상황임을 감안하면 현재 얼마나 악화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 팬데믹 첫해인 2020년 브라질에선 전체 인구의 30% 이상인 2억1180만 명이 정부 구제지원금을 받았다.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한 파벨라 모습. 파벨라 아래 자리한 긴 터널 하나만 지나면 호숫가를 둘러싼 고층 아파트촌이 나온다. 2022. 10. 27. © News1 최서윤 기자

유엔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ECLAC)에 따르면 브라질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심각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 WB가 산출한 지니계수 기준 소득불평등 최상위 10개국 중 9위가 브라질이다. 나머지 9개국은 모두 아프리카다.

불평등은 비단 소득 문제만이 아니다.

◇영원한 숙제, 인종 문제

브라질에서 인종 문제는 영원한 숙제다. 리우데자네이루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중년 여성. 2022. 10. 27. © News1 최서윤 기자

매번 다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중남미에서는 외모로 그 사람의 사회적 계층을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식민시대 영향으로 이들의 인종 구성은 대략 △완전한 유럽계 백인 후손과 △노예선에 이끌려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흑인 후손 △토착 원주민 그리고 그 사이의 △메스티조(백인+원주민) △물라토(백인+흑인) △쌈보(흑인+원주민)가 있다.

백인처럼 생겼을 수록 교육 수준이 높고 중산층일 가능성이 크다. 상파울루 가톨릭대 교정에서 마주친 학생 절대 다수가 백인, 메스티조, 물라토였다. 룰라 부인 잔자 여사 기자회견장에 온 취재진은 모두 백인이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가장 많이 보인 인종은 쌈보였다.

지난 24일 브라질 상파울루 기자회견장에 온 현지 기자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2022. 10. 24. © News1 최서윤 기자

터미널에서 만난 엘리자베테 소(55)는 브라질 남부 파라나 주 출신으로, 상파울루에 들렀다가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대선에 누굴 뽑겠냐는 질문에는 "누구도 뽑고 싶지 않았다. 1차 투표 때도 투표하러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왜 그런지 재차 묻자 "그냥 투표할 의욕이 없다"고 했고, 어떤 정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엔 "그냥 나라 전체가 싹 다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엘리자베테는 말을 걸면 너무나 친절했지만, 입을 다물고 있을 땐 우울해 보였다.

브라질 남부 파라나 주 출신의 엘리자베테 소는 아무도 뽑지 않겠다고 했다. 2022. 10. 27. © News1 최서윤 기자

상파울루에서 리우로 놀러 왔다는 가비 아기아르(23)는 "룰라를 뽑겠다"면서 "보우소나루는 인종차별주의자라 싫다. 그는 흑인을 모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흑인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막말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가비는 "나는 그냥 브라질 사람인데, 보우소나루는 흑인을 모욕한다"고 했다. 2022. 10. 27. © News1 최서윤 기자

이런 분위기가 이제 조금은 달라질까. 현지 언론들은 "지난 2일 전국동시투표로 선출된 하원의원들 가운데 4명의 토착 원주민 여성 4명이 하원에 입성했다"며 "사상 최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의 임기는 의회 회기가 시작하는 내년 2월 1일부터다.

앞서 이날 새벽 상파울루에서 리우로 이동하려는데 CPF라는 개인납세등록 증명서를 미리 받아두지 않아 국내선 항공편을 끊을 수 없었다. 6시간 25분이 걸리는 고속버스 티켓을 구입해 급하게 택시로 이동하던 중 창문 틈으로 역겨운 냄새가 들어왔다.

창문을 열고 카메라를 켰다. 잔디 위에 있는 노숙인 텐트, 벤치마다 앉거나 누워 있는 풍경을 지나 길이 끝날 때쯤 버려진 카트 안에 몸을 구겨 넣고 깊은 잠에 빠진, 현지 나이로 많아야 10대 후반쯤 돼 보이는, 까만 피부색을 가진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사진을 실어도 될지 고민이 많았다.

지난 2일 브라질 총선을 통해 하원에 입성한 노동자당(PT) 소니아 구아자라 의원.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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