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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반시진핑 시위,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른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22-10-17 07:00 송고 | 2022-10-23 05:32 최종수정
중국 공안요원들이 14일 지난 13일 시위가 벌어졌던 베이징 시통대교를 순찰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중국 공안요원들이 14일 지난 13일 시위가 벌어졌던 베이징 시통대교를 순찰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른다’고 했다. 베이징에서 발생한 시위가 불씨가 돼 전면적인 반시진핑 시위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20차 공산당 당대회 개막을 3일 앞둔 지난 13일 베이징 하이뎬구 시통 다리에서 한 시위자가 타이어를 태우며 당국의 가혹한 ‘제로 코로나’ 정책 중지와 시진핑 주석의 하야를 요구하는 두 개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 장의 현수막에는 "핵산 검사 말고 밥을 원한다, 통제가 아닌 자유를 원한다, 거짓말이 아닌 존엄을 원한다, 문화혁명이 아닌 개혁을 원한다, 영수가 아닌 투표를 원한다, 노예가 아닌 공민을 원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다른 한 장의 현수막에는 "수업거부, 업무거부, 파면 독재자 매국노 시진핑"이라고 쓰여 있었다.

시위 현장 - 위챗 갈무리
시위 현장 - 위챗 갈무리

중국 경찰은 시위자를 체포하고 배후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 언론은 이와 관련,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이 시위 장면은 ‘위챗’ 등 중국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많은 중국 누리꾼들이 1989년 천안문 시위 당시 탱크 앞을 가로 막았던 무명의 남성이 연상된다며 그를 ‘새로운 탱크맨’이라고 부르고 있다.

1989년 천안문 시위 당시 탱크를 막고 있는 '탱크맨' - 구글 갈무리
1989년 천안문 시위 당시 탱크를 막고 있는 '탱크맨' - 구글 갈무리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며 관련 게시물을 올라오는 족족 삭제하는 등 온라인 검열을 강화하고 있으나 시위에 대한 지지가 은밀하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는 반시진핑 시위가 발생하자 당국이 시위 관련자를 색출해 내려 혈안이 돼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도 '새로운 탱크맨'이 나타났다며 베이징 시위 상황을 자세히 전한 뒤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시위가 발생,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외신도 관련 보도를 내며 베이징 시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실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다’는 중국 공산 혁명을 상징하는 유명한 문구다.

미국 언론인 아그네스 스메들리가 홍군사령관 주덕과 인터뷰를 한 뒤 그의 일생을 담은 책을 냈다. 그 책 제목이 '위대한 길(Great road)'이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 혁명을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다'라고 묘사했다.

아그네스 스메들리 - 구글 갈무리 
아그네스 스메들리 - 구글 갈무리 

1921년 7월 23일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서 12명으로 시작한 중국공산당은 간난신고의 세월 끝에 1949년 10월 1일 중국을 해방했다. 공산 중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이날 천안문 문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됐다”고 선언했다.

천안문 망루에 올라 공산 중국 성립을 선언하고 있는 마오쩌둥 - 중국공산당신문망 갈무리.
천안문 망루에 올라 공산 중국 성립을 선언하고 있는 마오쩌둥 - 중국공산당신문망 갈무리.

이 과정을 스메들리는 '하나의 불씨(중국공산당)가 광야(중국대륙)를 불사르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후 이 표현은 중국 공산주의 운동을 상징하는 문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베이징 육교 시위가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전면적인 반시진핑 시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3연임을 추구하는 등 일인독재를 강화해 왔다. 이에 따라 시진핑 독재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한 점의 불씨가 공산 중국을 세웠던 것처럼 한 점의 불씨가 공산 중국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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