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공안요원들이 14일 지난 13일 시위가 벌어졌던 베이징 시통대교를 순찰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른다’고 했다. 베이징에서 발생한 시위가 불씨가 돼 전면적인 반시진핑 시위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20차 공산당 당대회 개막을 3일 앞둔 지난 13일 베이징 하이뎬구 시통 다리에서 한 시위자가 타이어를 태우며 당국의 가혹한 ‘제로 코로나’ 정책 중지와 시진핑 주석의 하야를 요구하는 두 개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 장의 현수막에는 "핵산 검사 말고 밥을 원한다, 통제가 아닌 자유를 원한다, 거짓말이 아닌 존엄을 원한다, 문화혁명이 아닌 개혁을 원한다, 영수가 아닌 투표를 원한다, 노예가 아닌 공민을 원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다른 한 장의 현수막에는 "수업거부, 업무거부, 파면 독재자 매국노 시진핑"이라고 쓰여 있었다.
![]() |
시위 현장 - 위챗 갈무리 |
중국 경찰은 시위자를 체포하고 배후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 언론은 이와 관련,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이 시위 장면은 ‘위챗’ 등 중국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많은 중국 누리꾼들이 1989년 천안문 시위 당시 탱크 앞을 가로 막았던 무명의 남성이 연상된다며 그를 ‘새로운 탱크맨’이라고 부르고 있다.
![]() |
1989년 천안문 시위 당시 탱크를 막고 있는 '탱크맨' - 구글 갈무리 |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며 관련 게시물을 올라오는 족족 삭제하는 등 온라인 검열을 강화하고 있으나 시위에 대한 지지가 은밀하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는 반시진핑 시위가 발생하자 당국이 시위 관련자를 색출해 내려 혈안이 돼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도 '새로운 탱크맨'이 나타났다며 베이징 시위 상황을 자세히 전한 뒤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시위가 발생,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외신도 관련 보도를 내며 베이징 시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실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다’는 중국 공산 혁명을 상징하는 유명한 문구다.
미국 언론인 아그네스 스메들리가 홍군사령관 주덕과 인터뷰를 한 뒤 그의 일생을 담은 책을 냈다. 그 책 제목이 '위대한 길(Great road)'이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 혁명을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다'라고 묘사했다.
![]() |
아그네스 스메들리 - 구글 갈무리 |
1921년 7월 23일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서 12명으로 시작한 중국공산당은 간난신고의 세월 끝에 1949년 10월 1일 중국을 해방했다. 공산 중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이날 천안문 문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됐다”고 선언했다.
![]() |
천안문 망루에 올라 공산 중국 성립을 선언하고 있는 마오쩌둥 - 중국공산당신문망 갈무리. |
이 과정을 스메들리는 '하나의 불씨(중국공산당)가 광야(중국대륙)를 불사르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후 이 표현은 중국 공산주의 운동을 상징하는 문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베이징 육교 시위가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전면적인 반시진핑 시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3연임을 추구하는 등 일인독재를 강화해 왔다. 이에 따라 시진핑 독재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한 점의 불씨가 공산 중국을 세웠던 것처럼 한 점의 불씨가 공산 중국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 |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