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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증권사 "환율 1400원 간다" 보고서에 영업부 '버럭'…'숏' 보고서 없다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2022-09-28 06:00 송고
 

최근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환율이 14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자 내부 법인영업부가 발칵 뒤집혔다. 그리고 해당 리서치센터에 "우리 영업을 어떻게 하라고 이런 보고서를 내냐"고 비난했다고 한다. 

이들은 법인 고객들에게 "환율이 곧 안정될 겁니다"라고 세일즈를 해오고 있는데 환율이 계속 오른다고 하면 '숏'(매도) 포지션을 취하게 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며칠 뒤 환율은 보란 듯이 1400원을 뚫었다.
환율 전망 마저 이럴진데 기업에 대한 보고서는 오죽할까. 과거 한 증권사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자 해당 기업은 즉시 증권사에서 운용하던 법인 자금을 뺐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증권사의 '숏' 보고서가 없다는 지적에 대한 해결은 이처럼 내부 영업과의 연결고리를 떼지 않으면 평생 풀 수 없는 숙제처럼 보인다. 증권사의 리서치보고서는 사실상 일반 투자자를 위한 지침서가 아니라 주식을 사게 만드는 영업보고서라고 인정하는 게 빠를 듯 하다.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주식이 가파르게 오를 때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PDR(Price to dream ratio 주가꿈비율)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가면서 목표가를 빠르게 올렸다. 심지어 2030년도 실적을 끌어와서 목표가를 환산하는 곳도 있었다. 정상적인 목표가 범주를 벗어나면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주식 '매수'를 외쳤다.
하지만 주가가 급락하는 이 시점에서 리서치센터는 잠잠하다. 그저 조용히 '매수'를 '중립'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목표가를 내리면서도 투자의견은 '매도'를 내지 않는다. 목표가와 괴리율이 50% 이상 벌어져도 "내년에는 반등할 것"이라며 행복회로를 돌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및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증권사 32곳이 낸 매도 의견은 32건에 그쳤다. 전체 투자의견의 0.14%에 불과하다. 매수 의견은 92%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가 낸 매도 의견은 1만8680건으로 전체의 15.82%를 차지했다. 매수 의견의 비중은 50.17%를 기록했다. 물론 외국계 증권사들은 리포트 유료화가 이뤄졌고, 공매도를 위한 보고서도 많기 때문에 국내 시장과 차이는 있지만, 확실한 건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의견' 쏠림 현상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의견'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 개편이 있었다. 목표가와 현재가의 괴리율을 공시하게 하고, 그간 목표가 추이를 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또 보고서마다 해당 증권사의 매도, 매수 의견 비율을 적게 만들어 신뢰도를 제고하고자 했다.

한때는 리서치센터와 증권사 본사를 따로 두는 게 유행(?)일 때도 있었다. 그만큼 리서치센터가 독립적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리서치센터가 다시 본사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리서치센터를 영업부서 안에 두는 경우도 발생했다.

국내 증권사 투자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영업과의 분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증권사가 투자은행(IB) 업무를 하는 이상 기업들과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특정 기업에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간 소위 '미운털'이 박혀 IB 영업에 지장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에 여러 대안이 나오고 있다. 특정 투자의견 비율 조정을 권고하거나, 보고서를 유료화하는 것이다. 리서치센터는 증권사 안에서 소위 '돈을 못 버는 부서'라는 인식이 있는데, 매출이 발생하면 증권사 내 다른 영업부와 조금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른 증권사와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 보고서의 '행복회로'에 동화되어서는 안 된다. 그 안에 들어있는 고급 정보를 캐치하고, 스스로 투자의견을 낼 수 있는 지혜를 길러야 할 때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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