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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서 '히잡 미착용' 여성 죽음에 대한 분노…일주일 시위로 17명 사망(종합)

美재무, '이란 여성 학대' 혐의 적용…이란 군·경 고위 관계자 7명 제재
라이시 "정부 잘못? 성급한 결론, 진상조사 필요"…서방의 우려 '불편'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2022-09-23 09:43 송고 | 2022-09-23 10:20 최종수정
히잡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이란 여성이 '도덕경찰'에 구타 당해 숨진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히잡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이란 여성이 '도덕경찰'에 구타 당해 숨진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이란에서 '히잡 미착용' 혐의로 체포돼 옥중에서 사망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22일(현지시간)로 이란 전역에서 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규탄 시위가 7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이란 정부가 총탄으로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면서 분노는 국제사회로 번지는 양상이다.

앞서 아미니는 지난 13일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히잡 미착용 혐의로 지하철역 밖에서 종교경찰(도덕경찰)에 체포됐다. 이슬람 율법상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구금된 지 사흘만인 16일 혼수상태에 빠진 채 숨졌다. 노르웨이 오슬로 기반 비정부단체 이란인권(IHR)은 그가 체포된 이후 머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경찰의 구타 의혹이 사인으로 거론되면서 이란 민심은 폭발했고 17일부터 테헤란과 제2 도시 마슈하드를 시작으로 정부를 향한 규탄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는 거리에서 "독재자에게 죽음을", "여성, 생명, 자유"를 연호했다. 일부 이란 여성들은 여성에게만 주어진 엄격한 복장 규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히잡에 불을 지피거나 머리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이란 당국은 무력으로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나섰다. IHR에 따르면 민간인 사망자수가 최소 3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이란 당국이 공식 발표한 사망자수의 2배가 넘는다. 당국은 보안요원 5명 포함 최소 17명이 숨졌다고 파악했다.

또 이란 내 개혁성향 일간 샤르그(Shargh)의 닐루파 하메디와 지방 언론 소속 얄다 모야레이 등 2명의 여성 사진기자가 체포됐다고 이란 매체는 보도했다. 영국 런던 기반 TV채널 이란인터내셔널은 저명한 표현의 자유 활동가 호사인 로나기가 인터뷰 도중 체포됐다고 전했다.
마흐무드 아미리 모하담 이란인권 대표는 "이란인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 권리를 달성하기 위해 시위하고 있다"며 "정부는 그들의 평화 시위를 총탄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 복수의 인권단체 역시 정부군이 군중을 향해 새총과 금속탄을 발포했으며 최루탄과 물대포를 배치했다고 입을 모았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제77차 유엔 총회 참석 차 방문한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제77차 유엔 총회 참석 차 방문한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아울러 이란 당국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해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접속을 제한하고 나섰다. 두 앱은 이란 당국이 최근 몇년간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른 플랫폼을 차단한 이후 자국 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란 국민들이 온라인앱과 SNS에서 단절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의 온라인 이용 권리가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IHR는 서북부 타브리즈에서 모바일 인터넷이 완전히 끊겼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는 이날 이란 도덕경찰이 평화적 시위대 권리를 침해했다고 비난하고 아미니 죽음에 대해 이란 여성 학대 혐의를 적용해 지상군 총사령관, 도덕경찰청장, 정보장관 등 이란 군·경 고위급 관계자 7명에 제재를 가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미니는 용감한 여성이었다"며 "그의 죽음은 이란 정부군이 자국민을 상대로 행한 또 다른 잔혹 행위였다"고 말했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별도 성명을 통해 "이란 정부는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박해를 끝내고 평화 시위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유엔총회 참석차 미 뉴욕에 머무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시위가 촉발된 아니니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아미니 사인이 경찰 당국의 구타가 아니라는 검시관 결론을 반복하며 "성급하게 결론 내리고 싶지 않다. 만약 잘못이 있는 당사자가 있다면 그것은 확실히 조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라이시 대통령은 서방 강대국이 자국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대해 '이중잣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경찰의 살해와 영국 여성 사망 통계를 언급하며 "유럽, 북미 등 서구 전역에서 법 집행기관 및 다른 요원들의 손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에게 정확히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부당한 폭력을 당한 자들, 왜 그들에 대한 후속 조치는 없는가"라며 비난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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