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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0% '숨은 감염자'…"안 걸렸다" 셋 중 한명은 걸렸다

첫 전국단위 1만명 항체양성률 조사…자연감염 57.65%, 누적 확진율보다 19.5%p 높아
자연감염·백신접종 합하면 국민 97% 항체 보유…"감염 방어된다는 의미는 아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22-09-23 11:01 송고 | 2022-09-23 11:55 최종수정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2.9.2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2.9.2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코로나19 확진을 받지 않은 채 자신도 모르게 감염됐다 회복한 이른바 '숨은 감염자'가 전국민의 약 20%에 달한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 당시의 전국민 누적 확진율이 38%였는데 자연감염을 통한 항체 보유 비율은 57%에 달했기 때문이다. 

국민 10명 중 4명은 공식 확진을 받았고, 걸리지 않은 줄 알았던 나머지 6명 가운데 2명도 이미 감염 이력이 있는 셈이다. 이러한 '미진단 감염률'은 연령대별로는 50대에서, 지역별로는 부산에서 가장 높았다. 

질병관리청은 23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예방접종 대상인 5세 이상 1만명(실제 항체 분석 대상은 9901명)의 표본 집단을 추출해 코로나19 항체 양성률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방역당국이 실시한 첫 전국 단위 항체 조사다.

항체 양성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S(스파이크) 항원과 N(핵단백)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보유한 비율을 뜻한다. S 항원에는 자연감염과 백신접종 후 생성된 항체가 모두 결합하기에 S 항체 비율은 백신 또는 자연감염을 통해 항체를 보유한 비율을 나타냈다. N 항체는 자연감염을 통해서만 만들어져 이를 통해 실제 감염 비율을 파악할 수 있다. 

조사 결과 97.38%는 S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대부분이 자연감염을 통해서든, 백신 접종을 통해서든 항체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방역당국은 "항체 양성률은 항체가 '있다'는 의미로, 항체가 많이 있다거나 이를 통해 감염이 완전히 방어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신중한 해석을 요청했다. 

자연감염에 의한 N 항체에는 57.65%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조사 당시인 7월30일 기준 확진자 누적 발생률이 38.15%인 점을 감안하면 자연감염 항체양성률이 정부가 집계한 감염률보다 19.5%p 높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두 수치의 차이 19.5%는 실질적으로는 감염은 됐지만 확진자로 집계되지 않은 규모"라며 "지역사회 미확진 감염자의 존재 크기"라고 설명했다. 이를 전체 인구에 대입하면 약 1000만명이 숨은 감염자로 추정됐다.

이는 해외의 경우나 일부 국내 전문가들이 추정해온 수치에 비해서는 비교적 적은 규모다. 권 원장은 "오미크론의 경우 무증상 감염률이 문헌에 따라 56%로 나와 실제 감염자는 확진자보다 두배 정도 되는 게 논리상 맞지만 우리나라는 그보다는 상당히 작은 규모"라며 "검사에 대한 접근성, 국민들의 협조 덕분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S 및 N 항체 양성률은 남녀 간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소아 청소년의 전체 항체 양성률이 5~9세 사이에는 79.6%, 10~19세 사이에는 90.6%로 다른 연령층 평균이 97%임에 비해서 다소 낮게 나타났다.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률이 성인에 비해 낮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확진 감염률의 경우 50대가 27.6%로 가장 높았고, 40대가 24.8%로 뒤를 이었다. 60대도 22.7%로 평균 이상이었다. 80대 이상은 5.4%로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해 조사를 주관한 한국역학회의 김동현 회장(한림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미확진 감염자는) 증상이 없어 지나가거나 격리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냥 지나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40~50대는 경제활동인구가 많고 가구·가정을 책임지는 세대라는 점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자연감염 즉 N 항체 양성률의 경우 제주가 66.1%로 가장 높았고 울산이 48.6%로 가장 낮았다. 미확진 감염률을 지역별로 보면 부산이 28.8%로 가장 높아 평균보다 9%p 이상이었다. 제주는 27.1%로 그다음이었다. 울산은 11.5%로 가장 낮았다. 

지역별 미확진 감염률 차이에 대해 권 원장은 "여러 가능성에 대해 추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지역별 인구구조의 차이에 따른 문제일 수도 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미확진 감염률이 높다는 것이 지자체의 방역역량과 연결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의 의미에 대해 권 원장은 "전체 항체 양성률(S 항체)이 높게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백신 접종 또는 자연감염 등에 의해 대부분 면역획득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오미크론 유행 이후 사망률 및 중증화율이 낮아진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과 전문가들은 97%가 넘는 높은 항체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높지만 여전히 감염이 많이 되고 있다"면서 "백신 항체가가 감소하는 게 일반적 경향이라 고위험군은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도 "항체 양성률은 중화능을 갖춘 충분한 방어력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고령층, 기저질환자와 면역저하자 등은 항체가 형성된다 해도 낮은 수준이고 빨리 감소하니 추가접종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항체 양성률 조사는 한국역학회 주관으로 전국 17개 지자체 258개 보건소, 34개 지역의 대학들, 291개 협력 의료기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 체계를 통해 채혈과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8월 8일~9월 6일 9959명이 보건소 또는 협력 의료기관에 방문해 채혈했다. 이 가운데 58명은 데이터 적합성 문제로 배제되고 9901명에 대한 결과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는 중화항체가는 조사되지 않았다. 또한 설문조사 원안에는 있던 직업군을 묻는 항목도 설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당국은 경제수준에 대한 문항, 기질환에 문항은 있어 추가 분석을 통해 자료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1차 조사에 이어 올해 2차와 3차 조사를 추가로 진행해기 위한 주관 연구기관 선정을 진행 중이다. 1차 조사 참여자 중 2, 3차 조사 참여 희망자를 대상으로 항체역가 지속기간 등 장기적 추구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분기별 정기조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연령대별 항체양성률(위)과 지역별 항체양성률(아래). 회색 막대는 전체 항체양성률(S항체), 파란 막대는 자연감염률(N항체), 주황색 막대는 확진자 누적발생률을 의미한다. 60대가 전체 항체양성률은 99.4%로 가장 높다. 5~9세가 79.8%로 자연감염이 가장 많이 이뤄졌다. 지역별 자연 감염 즉 N항체 양성률은 제주가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곳은 울산으로 나타났다. 미확진감염률은 부산이 가장 높고 제주가 그 다음이었다.©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연령대별 항체양성률(위)과 지역별 항체양성률(아래). 회색 막대는 전체 항체양성률(S항체), 파란 막대는 자연감염률(N항체), 주황색 막대는 확진자 누적발생률을 의미한다. 60대가 전체 항체양성률은 99.4%로 가장 높다. 5~9세가 79.8%로 자연감염이 가장 많이 이뤄졌다. 지역별 자연 감염 즉 N항체 양성률은 제주가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곳은 울산으로 나타났다. 미확진감염률은 부산이 가장 높고 제주가 그 다음이었다.©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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