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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오빠가 성폭행 vs 말도 안된다"…판결 후 눈물쏟은 오빠

검찰, 오빠에 징역8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 무죄 선고
남매 간 유산 갈등도 얽혀…검찰 항소에 진실공방 계속

(안산=뉴스1) 최대호 기자 | 2022-09-21 06:45 송고 | 2022-09-21 08:58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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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오빠한테 성폭행당하고 자살시도만 5번 했어"

2020년 7월9일. 20대 후반 여동생이 8살 터울 친오빠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지지다.

친척 단체대화방에서 오빠에게서 꾸지람을 들은 동생이 오빠와의 일대일 채팅으로 남긴 이 메시지는 1년 후 서로를 원수지간으로 만드는 큰 파장을 불렀다.

걸핏하면 있지도 않은 험담을 늘어놓던 동생을 두고 '또 저런다'고 생각했던 오빠는 당시 동생의 성폭행 피해 주장 문자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청소좀 해라'라는 등 단체대화방에서 이어진 꾸지람을 지속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 뒤인 2021년 5월 어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셨고, 남매는 상가건물 등 유산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어머니 사망 후 두 달여 뒤 동생은 사이가 나빠진 오빠를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고소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1988년부터 고등학생 때인 2010년까지 오빠로부터 상습적인 강제추행과 강간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야설에서나 있을 법한 내용의 고소장을 받아든 오빠는 동생의 성폭행 피해 주장이 단순한 불평이나 험담·공격이 아니었음을 인식함과 동시에 타고다니던 차를 팔아 변호사를 선임했다.

추후 경찰조사에서 오빠는 "동생이 2018년 기억력 저하 등 증상을 동반한 모야모야병을 앓고 난 후 자신을 나무라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과 험담을 일삼았기에 성폭행 주장 역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했다.

또 검찰조사에서는 "'성폭행당했다'보다는 '자살시도 했다'는 말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했다.

동생이 자신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저를 교도소에 보내고 유산으로 받은 상가건물의 월세를 독차지할 속셈으로 허위 고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이러한 오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검찰의 기소로 남매는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로 법정에 서게 됐고, 그곳에서 진실공방을 벌여야만 했다.

동생은 "오빠가 10년이 넘는 기간 자신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오빠는 "결단코 그런 일은 없었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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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동생의 진술, 첫 성폭행 메시지에 대한 오빠의 반응,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오빠의 범행을 확신했고, 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심리를 진행한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의 판단과 달리 오빠의 결백 주장을 받아들였다.

유일한 증거인 동생의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았고, 일부 객관적 정황에도 부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동생이 중고등학생때 이틀에 한 번꼴로 몹쓸짓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2009년 3월~2011년 2월) 오빠는 서울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직업전문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또 오빠로부터 반인륜적 범행을 장기간 당한 이후, 이 사건 고소에 이르기 수개월 전까지만해도 오빠를 동경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일반적인 성범죄 피해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지난 8월19일 열린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했다고 볼 수 없다"며 오빠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석에 선 채로 판결 내용을 듣던 오빠는 무죄가 선고되자 털썩 주저앉아 오열했다.

판사는 그런 A씨에게 "이 판결이 공시돼 알려지기를 원하냐"고 물었고 A씨는 눈물을 훔치며 "예"라고 답했다.

오빠는 1심 선고 이후 뉴스1과 인터뷰에서 "지옥같은 나날을 보냈다. 정말 죽은 사람처럼 살았다. 징역형을 구형받고 나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기도 했다"며 그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의 진실공방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했고, 남매는 고등법원에서 또다시 반인륜적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서게 됐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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