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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스토킹이 부른 참극…'옛 연인 살해' 김병찬 사건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2022-09-18 08:04 송고 | 2022-09-20 09:46 최종수정
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이 29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대화를 하고 싶다면서 흉기를 들고 가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

지난 1월20일 옛 연인을 스토킹하다가 살해한 김병찬(36)의 1심 첫 공판. 재판을 지켜보던 유가족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김씨를 향해 이렇게 반문하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범행 전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살해 방법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계획적 범행'에 대해서는 줄곧 부인하고 있다.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 형량을 낮출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유가족들은 재판 과정에서 또다른 비극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이별 통보로 시작된 스토킹…감금에 결국 살인까지

김씨와 A씨(당시 32)는 한때 연인 사이였다. 김씨의 잦은 폭력과 경제적 무능력 등을 참지 못한 A씨가 이별을 통보했다. 김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스토킹이 시작됐다. 김씨는 A씨에게 수시로 전화나 문자를 보내며 집착했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스토킹도 서슴지 않았다. A씨의 집은 물론 직장 앞까지 불쑥 찾아왔다.

A씨는 스토킹 피해 기록을 휴대폰 메모장에 차곡차곡 적었다. 회사 동료들에게 자신의 스토킹 피해 상황을 털어놓고 위급한 상황 발생시 도와달라는 당부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씨의 집착은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 살던 김씨는 서울 A씨의 집을 무작정 찾아가 3일 동안 감금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김씨의 관련 증거를 모아 경찰에 신고했다. 법원은 지난해 11월9일 김씨에게 스토킹범죄의 중단, 주거 및 직장의 접근 금지, 휴대전화 등의 연락을 금지하는 잠정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분노한 김씨는 지난해 11월18일 부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범행에 사용할 도구와 변장을 위한 모자와 안경을 구입했다.

그는 이튿날 오전 A씨가 거주하는 집 주차장에서 A씨의 차량을 확인한 뒤 계단에 숨었다. 김씨는 A씨가 집에서 나오자 스토킹 잠정조치 신고를 취소하라고 흉기로 협박했지만 원하지 않던 답을 듣자 A씨를 살해했다. A씨는 이날 김씨를 피해 새로운 집을 보러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징역 35년…항소심 선고 임박

1심은 김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시 사귀자는 피고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속해서 피해자의 집에 드나들면서 협박과 폭력을 일삼아 왔다"며 "범행 역시 철저히 계획해 저질러 그 수법 역시 잔인하기 그지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 이후 도피과정에서 현금을 쓰는 치밀함과 재판 과정에서 유가족에 대한 반성이 없는 점, 상당 기간 폭행과 협박 감금 등을 당하면서 신변보호 요청을 하면서까지 살아남고자 하는 피해자에게 처참한 죽음을 맞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한편 김씨는 1심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판결에 불복해 쌍방 항소했다.

김씨에 대한 2심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23일 열린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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