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취업은? 결혼은? "관심·응원 알지만 부담"…가족모임 '악몽' 안되려면

거리두기 없는 명절에 젊은이들 3년 만에 '고향 앞으로'
전문가들 "오랜만에 모인 가족…적절한 거리두기 중요"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한병찬 기자 | 2022-09-09 05:45 송고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탑승수속장이 귀성 및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9.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탑승수속장이 귀성 및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9.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오랜만에 가족들을 보는 것은 좋지만…"

전라도 광주가 고향인 취업준비생 이모씨(29·남)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8일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는 것은 3년 만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난다는 설렘도 있지만 부담감 또한 적지 않다. 
그는 2년전 대학을 졸업했지만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취업문을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친척들 중 누군가는 '취업했니', '여자친구는'이란 질문을 할텐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내세울만한 게 없다는 사실이 고향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3년 만에 찾아온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명절에 많은 젊은이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명절 이후 '대인 기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젊은이도 상당수다. 

전문가들은 어른들이 질문보다는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적당한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News1 DB
© News1 DB

◇ 관심·응원 알지만 '부담'…취업 성공해도 '걱정' 여전
이씨도 친척들의 질문은 관심의 표현이자 응원이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부담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는 "우리 가족은 어릴 때부터 자주 모이고 해서 다른 친구들과 달리 어른들이 모이는 자리가 불편하지 않다"면서도 "가족들을 보지 못한 기간동안 취업을 하지 못해 오랜만에 모두 모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척 어른들이 걱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에 하는 말과 관심이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더 예민한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번 추석은 3년만에 거리두기 제한이 없는 명절이다보니 모처럼 가족들을 보기 위해 이씨처럼 고향에 내려가려는 청년들이 많았다. 그러나 3년이라는 시간동안 취업 등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 못한 이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취업, 결혼, 연애 등 어른들의 근황 질문과 조언들이 인사치레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불편하다는 것이다.

어렵게 취업문을 통과해 이번 추석에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려는 사람들도 부담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4년간 공부한 끝에 지난해 말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유모씨(30·남)는 "공부 등 핑계로 팬데믹 이전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뵙지 못했다"며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해 기쁜 마음으로 내려가려고 2주 전에 표를 예매했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새 나이가 서른이 되다 보니 격려만 해주시던 친척 어른들도 부모님을 통해 벌써부터 걱정을 하더라"라며 "애써 외면해 왔던 또다른 장벽에 부딪힐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 펜데믹 결혼한 신혼부부, 첫 양가 방문에 긴장도

펜데믹 기간 결혼한 신혼부부들도 이번 추석이 '기대반 걱정반'이다. 이번 추석에 처음 양가 어른들을 만나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과거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첫 만남 자리에 실수라도 할까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작년 11월 결혼한 손모씨(32·남)는 "결혼하고 지난 설날에는 어른들이 다 모이지 않아 이번 추석이 양가 어른 을 모두 보는 첫 명절"이라며 "처음 인사를 제대로 드리는 날인데 혹시나 실수를 할까 겁이난다"고 걱정했다.

특히 "우리 가족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불편한 자리다 보니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결혼한 김모씨(33세·여)도 "양가 어른들이 부담을 주고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명절이다보니 왠지 예의범절을 더 지키고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 신경쓸 게 많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서울 강남구 세텍(SETEC) 전시장에서 열린 제16회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2021.10.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 강남구 세텍(SETEC) 전시장에서 열린 제16회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2021.10.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전문가들 "오랜만에 모인 가족…적절한 거리유지 중요"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살기 어려워진 현실 속 청년들이 어른들의 관심과 걱정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취업하기 힘들고 집값이 높으니 결혼을 하기도 어렵다"며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은 여전히 오랜만에 모인 친인척앞에서 내세울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어른들은 인사치레로 직장, 결혼 등 안부를 묻는 것이겠지만 청년들에게는 한마디 한마디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며 "특히 익명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어른들의 인사치레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은 도곡삼성 정신건강의학의원 원장도 "코로나로 인해 2~3년만에 모인 자리에는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오랜만에 가족들이 만나서 잘 지내고 잘 살고 있다고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상황이지만 살기 힘든 청년들은 많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년들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 증상은 전통적 명절 증후군 증상과도 다르다.

박 교수는 "부모님 세대는 과도한 집안일로 인한 울화병과 스트레스가 주요 명절 증후군 증상이었다면 젊은 세대들은 대인관계 기피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절 증후군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예 만나지 말라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 이보다는 친근함이 무례함이 되지 않게 모든 구성원들이 말조심, 적절한 간격 유지 등 조심하면서 가족들간 즐거운 만남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ha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