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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 2분 뒤 축대 무너져"…단팥방 끼니 때운 이재민 "언제 집에"

산사태로 축대 무너진 사당동 아파트 주민들 임시대표소로
일부 대피소는 구호물품 제때 공급안돼…"단팥빵 3개가 전부"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구진욱 기자, 박우영 기자 | 2022-08-10 16:35 송고 | 2022-08-10 17:25 최종수정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예보된 9일 서울 동작구 문창초등학교에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2022.8.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예보된 9일 서울 동작구 문창초등학교에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2022.8.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남편이 차를 대고 오겠다고 나를 내려줬는데, 2분 후 축대가 무너졌다. 남편은 내가 깔린 줄 알았다."

10일 오전 방문한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대피소. 극동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강용순씨(60·여)는 산사태로 축대가 무너지며 아파트를 덮친 지난 8일 저녁을 공포스럽게 회상했다. 강씨는 모친 이상희씨(84·여)와 함께 대피소에서 이틀째 생활하고 있다.

◇산사태로 축대무너진 사당동 아파트…"현관 막혀 옥상통해 대피"

강씨는 "차에서 내려서 하수구가 역류하길래 사진도 찍어놨는데 이후 아파트에 올라간 사이 축대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축대 방향을 바라보며 찍힌 영상에선 하수구 틈으로 세찬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8일 오후 10시쯤 서울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에서 축대가 무너지기전 하수도에서 역류하는 모습. (영상=독자 강용순씨 제공) © 뉴스1

이번 사고는 지난 8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에서 벌어졌다. 아파트와 마주 보고 있는 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를 보호하는 축대가 쓰러져다. 이 축대는 아파트 현관을 덮쳤고 차량 3대가 파손됐다. 

현관이 막히자 105동과 107동 주민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다른 라인으로 이동한 후 빠져나왔다.

강씨는 "사이렌이 울리고 젊은 사람들은 옥상으로 올라갔지만, 노인들은 소방대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 어머니는 눈이 안 보여서 소방대원 부축을 받아 지팡이를 짚고 한걸음 한걸음 겨우 올라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급하게 나오느라 어르신들은 드셔야 할 약이 많은데 다 두고와서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사당종합체육관은 농구장 크기로 15가족 정도가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었다. 체육관 옆 유아 체육시설에도 8가족 정도가 매트리스와 이불에 의지해 머물고 있었다. 대부분 주민은 지쳐 보였고 체육관은 고요했다. 일부 주민은 망연자실한 듯 초점을 흐린채 멍하니 체육관 한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극동아파트 주민 김모씨(28·여)는 "사이렌이 울리며 바로 나오라는 대피지시가 있어 주민들이 운동장으로 바로 모였다"며 "뭘 대비하거나 물건을 챙길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주민들은 복구가 빨리 돼서 집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구청에서 오늘까지는 들어가게 해준다고 했는데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강씨의 모친 이상희씨(84·여)는 "눈이 안 보이니까 익숙지 않은 곳에서 밤에 화장실 가기도 힘들다"며 "여기 있는 게 죽겠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사고재발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강씨는 "축대에는 산으로 스며든 물이 빠질 수 있는 파이프가 연결돼 있다"며 "한동안 파이프에 낙엽이나 이물질이 껴서 물이 잘 안 흘러 그걸 구청장에 치워달라고 했는데 들은 척도 안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산의 물이 흘러내릴 수 있는 수로가 필요하다"며 "산이 국립묘지여서 국가에서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8일 오후 9시30분
8일 오후 9시30분

◇일부 임시대피소 구호물품 제때 공급안돼…"오늘 단팥빵 두개가 전부"


같은시간 동작구 신대방1동 문창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는 7개의 이재민용 텐트가 설치돼 있을 뿐 주민은 많지 않았다. 침수로 훼손된 주거지를 정리하기 위해 떠난 주민들이 대부분이어서다.

다만 이 대피소에는 구호물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관악구 신사동에 홀로 거주하는 정옥순씨(59)는 8일 침수된 반지하 집에서 양수기로 물을 빼내다가 지쳐서 임시대피소로 왔다고 했다. 하지만 구청의 지원이 열악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온몸이 젖은 상태로 밥도 먹지 못한 상태로 대피소에 왔는데 수건 한 장이 없었다"며 "매트와 담요 정도만 주고 텐트도 혼자 치게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어제도 오후 3시에 점심 한번 주고, 오늘 아침 단팥빵 2개 준 게 끝"이라고 강조했다.

정씨는 "관악구에서 문자조차 받은 게 없고 지원도 없다"며 "신사동주민센터에 전화했을 때도 '주민센터에 남는 방 하나' 있다는 원론적이고 대책 없는 임시방편식 방안만 알려줘서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가장 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동작구는 동별 주민센터와 사당종합체육관, 문창초등학교 등 21곳에 대피소를 마련한 상황이다. 관악구는 신사주민센터와 당곡중학교체육관 등 17곳에 대피소를 설치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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