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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유산 34억에 악마로 변한 형…지적장애 동생 익사시켜

첫 재판서 징역 30년 선고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2-08-04 05:00 송고 | 2022-08-17 15:02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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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 A씨는 지난 2017년 부모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동생 B씨(30대)와 약 34억원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B씨는 A씨의 유일한 형제이자 지적장애인이었다. 유산 34억원 중 23억원은 형인 A씨가, 나머지 11억원은 동생 B씨가 상속받기로 협의됐다.
그러나 형제의 숙부 C씨는 이 같은 협의에 이의를 제기했다. B씨의 일처리 능력이 부족한데 분할 협의에 이른 과정을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숙부는 A씨가 침해한 B씨의 상속재산 회복을 위해 후견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서울가정법원에 한정후견개시를 청구한다.

가정법원은 동생과 숙부의 손을 들어줬다. '신상보호사무 한정후견인으로는 형 A씨를 선임하고 재산관리사무 한정후견인으로는 중립적인 지위에서 객관적인 후견사무를 할 수 있는 사회복지법인 D재단을 선임한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린다.

후견인이 된 D재단은 B씨의 재산목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한다.

먼저 B씨의 남은 재산이 약 3억원에 불과했다. B씨가 상속재산 분할 협의 능력이 없는데 A씨의 '헙의분할에 따른 상속'으로 B씨의 상속 부동산이 단독으로 이전 등기돼 처분된 사실도 확인했다. B씨와 연결된 카드를 소지한 A씨가 동생의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총 1700만원을 무단 이체한 점도 파악했다.
D재단은 서울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700만원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지급명령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

가장인 A씨는 월급 300만원과 임대수익 300만원이 있었다. 당시 그의 월 신용카드 지출액은 최대 4000만원 정도였다. A씨는 지난해(2021년) 금융이관의 담보대출채무가 약 5억원에 이른 상태였다. 동생과 민사소송을 하던 그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패소해 원고승소취지의 조정이 이뤄질 상황이었다.

궁지에 몰린 A씨는 상속재산에 눈이 멀어 인륜을 저버리는 계획을 한다. 동생이 없다면 그의 재산을 독차지할 것이라는 끔찍한 생각에 이른 것이다.

A씨는 지난해 어느 날 서울 도심의 한 식당에서 동생과 밥을 먹은 후 인근 마켓에서 콜라와 양주, 얼음컵을 구입한다. "콜라 먹고 싶다"는 B씨의 말에 그는 "술도 한 번 먹어보라"며 콜라와 얼음을 탄 양주를 건네 마시게 한다.

이후 두 사람은 경기 구리시의 한 주차장에서 내린 후 인근 왕숙천 주변으로 이동한다. A씨는 이른바 '데이트 성폭행 약물'로 불리는 수면제를 동생에게 건넨다. 술 마신 상태로 수면제까지 복용한 동생은 깊은 잠에 든다.

A씨는 B씨를 물에 빠트려 익사시킨 후 '동생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실종신고를 하는 인면수심의 뻔뻔함을 보인다.

경찰 수사로 범죄 행각이 드러난 A씨는 살인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6월 "A씨는 B씨의 보호의무자였는데 지적장애인 동생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가장 고귀한 가치를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고인은 과다한 소비지출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자 동생 몫의 상속재산을 빼앗기 위해 범행했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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