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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귀신 말고 후임병 잡던 해병대원…이유는 고작 장난?

법원, 징역 6개월에 집유 1년…"피해자 많고 범행 횟수 많아"
후임병 7명 1년간 괴롭혀…선임 향해 욕 강요·아이스에이지도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2022-07-23 08:00 송고 | 2022-08-17 15:33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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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에게 욕 해봐"

2020년 12월 어느 날 밤 인천 옹진군 소재 해병대 생활관. 병장 A씨(23)의 고함소리와 욕설이 내부를 가득 메웠다. 이날 A씨는 후임병 B씨(20)에게 부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선임병인 C씨(20)에게 욕을 해보라며 소리쳤다.
B씨는 잔뜩 겁에 질렸지만 선임인 C씨에게 욕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화가 난 A씨는 오른쪽 팔꿈치로 B씨의 허벅지를 누르고 욕설을 퍼부었다.

A씨는 비슷한 방법으로 생활관 내 여러 후임들을 상대로 10차례 괴롭혔다. 그의 후임들은 얼마나 오랜기간 고통을 받았을까.

군사법경찰과 법정에 따르면 피해자만 7명, 그 횟수만 33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후임들을 괴롭힌 기간 중 확인된 것만 1년이 넘는다.

괴롭힘의 시작은 지난 2020년 1월이다. A씨가 해병대 병영 부조리인 일명 ‘아이스에이지’를 후임들에게 '장난'으로 지시한 것에서 출발한다.
당시 그는 후임병에게 2층 침대 사다리에 올라타 5분 간 매달려 있으라고 명령하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후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뿌렸다.

후임병들은 A씨의 괴롭힘에 저항하지 못했다. A씨는 이후에도 16차례 후임병들에게 아이스에이지를 시키며 괴롭혔다.

'A씨의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급기야 지난해 1월 오후 5씨 A씨는 소속중대 위병소 밖 공터에서 함께 제설작업을 실시하던 후임병 D씨(20)에게 "빨갱이를 처단한다"고 소리치며, A씨의 등을 나무 막대기로 두들겼다.

바로 한 달 뒤 A씨는 "찔러 찔러 악"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소총의 총구로 후임병 E씨(20)의 오른쪽 어깨를 두차례 찌르기도 했다. 이날도 A씨는 장난이라며 E씨를 괴롭혔다.

결국 A씨는 위력행사가혹행위, 특수폭행, 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는 일부 범행을 인정했지만 법정에서는 범행 대다수를 부인하고, "장난으로 그랬다"며 무덤덤하게 범행 동기를 진술하기도 했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진술, 범행 재연 사진, A씨의 자필 진술서 등을 토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 13일에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자신의 후임병으로 군복무를 하던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 수가 많을 뿐더러, 범행 횟수도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에게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일부 피해자가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A씨의 지인들이 A씨의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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