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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드는 전세대란 공포…'월세대란' 이름만 바꿔 서민 옥죌까[부동산백서]

4년간 평균 2억3000만원 오른 서울 전세…추가분 대출이자 부담도↑
상반기 월세 거래량 전세 추월…월세화 가속화에 가격도 오름세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22-07-24 06:15 송고 | 2022-09-19 15:19 최종수정
17일 서울 도심의 한 부동산에 '월세' 상담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2022.7.1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17일 서울 도심의 한 부동산에 '월세' 상담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2022.7.1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8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만료를 앞두고 이른바 '전세대란' 공포가 팽배했었죠. 계약갱신청구권이 소진된 전세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집주인들이 그간 올리지 못했던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려 전셋값이 폭등할 것이란 우려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를 봐선 8월 전세대란설이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전세 물량은 1만건 이상 늘었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 금리도 크게 오르면서 수요도 줄었습니다. 물건이 넘치자 가격도 하락세입니다.

전세대란 공포가 사라졌으니,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들은 이제 마음을 놔도 될까요? 안타깝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최근의 전세시장은 안정은 진짜가 아니라, 수요자들이 월세로 옮겨가면서 생긴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확정일자 기준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이뤄진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53%에 달합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율이 전세를 역전한 것은 올해가 최초입니다. 월세 거래는 지난해 1분기 대비 55% 넘게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올해 들어 월세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위긴데요. 전세 제도가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선 월세는 생돈이 나간다는 인식이 큽니다. 그런데 왜 수요자들은 갑자기 월세를 택하고 있는 걸까요? 가장 큰 원인은 몇 년간 수억원 뛴 전셋값, 그다음은 급등한 금리 때문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년 만에 4억5000만원 수준에서 약 6억780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평균이 약 2억3000만원 상승이니, 더 오른 곳도 많겠죠. 살던 집을 새로 계약하려면 수억원이 더 든단 겁니다. 몇년간 열심히 저축한 돈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이 오른 경우가 많았죠.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더 받으려고 보면, 금리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얼마 전 전세 대출 최고금리는 연 6%를 넘었습니다. 이자 부담이 커지자, 보증금 증가분을 대출로 채우기보단 그만큼을 월세로 환산해서 반전세로 살겠단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무주택자 월세를 택했다는 말보다는 밀려났다는 말이 더 적절해 보이죠. 수요가 늘다보니 월세 가격도 상승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월세 변동률은 수도권 0.18%, 서울 0.06%입니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하락 중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앞으로 대출 금리는 더욱 오를 전망입니다. 그렇게 되면 월세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월세 수요가 늘고 이에 가격도 따라 오르는 '대란'이 올 수도 있단 관측이 나옵니다.

주거비 부담은 전세대란에서 월세대란으로 이름만 바꿔 여전히 무주택자의 한숨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기준 서울의 평균 월세는 125만원. 월세와 생활비로 나가는 돈을 제하면, 매달 남는 돈을 저축해 목돈을 만들긴 더욱 어려워집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한 걸음 더 멀어지는 것만 같네요.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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