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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겨울 다시 오나…상반기 '반도체 장비' 수입 27% 급감

상반기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 68.8억달러, 작년 하반기보다도 적어
삼성전자 투자 줄이고 SK하이닉스 증설 보류…반도체 '다운사이클' 우려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22-07-24 06:05 송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클린룸 현장(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 뉴스1

올해 상반기(1~6월)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제조장비 지표는 기업 설비투자가 얼마나 활발한지 짐작할 수 있는 잣대다. 인플레이션, 고금리발(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감 증폭 여파로 반도체 산업이 '다운사이클(침체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로 들어온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은 68억7975만달러(약 9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4억2273만달러)보다 27% 감소한 것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3년 만에 수입액이 줄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수입액은 지난해 하반기(69억3162만달러)보다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반도체 설비투자는 하반기보다는 상반기가 좀 더 활발한데, 그만큼 올해 들어 반도체 설비투자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10년 동안 상반기 수입액이 전년도 하반기보다 줄어든 건 올해를 제외하면 지난 2019년이 유일하다. 반도체 호황 이후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D램 가격이 평시보다 4분의 1까지 떨어졌던 해다. 그 여파로 당시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업계에선 올해 설비투자 추세가 2019년과 같은 '슈퍼 다운사이클'과 겹친다는 점을 우려한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올해 초부터 반도체 업황 전망이 불투명해지며 재고가 쌓이고 원자재 가격도 오르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기존의 투자 계획을 미루는 등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공급망이 악화되면서 반도체 장비의 리드타임(주문에서 최종 공급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점도 설비투자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여파는 이미 미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반도체 생산라인 신·증설 및 보완에 집행한 설비투자액은 6조659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전년보다 40% 늘어난 금액을 투자했지만 올해 들어선 크게 꺾였다.

위험 신호가 감지되자 신규 공장과 설비투자를 줄이는 행보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청주의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자본지출을 16조원 수준으로 25%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외국 반도체 기업들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 14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기존 400억~440억달러였던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400억달러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마이크론도 지난달 30일 실적발표에서 "신규 공장과 설비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내년 D램 장비 지출액은 올해보다 7.7% 감소할 전망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이 생산하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뉴스1

글로벌 경기 침체에 반도체 설비투자 감소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올해 4분기 매출 전망치로 72억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컨센서스(91억4000만달러)보다 21%나 낮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수요 감소로 올해 성장이 장기 연평균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황은 앞으로 더욱 침체돼 '다운사이클'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소비 둔화 등으로 세계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지금의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업체들의 실적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이 악재만 가득한 상황에선 빨라도 내년 말은 돼야 회복 조짐이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중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염두에 두고 투자와 생산 계획을 재설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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