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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유산과 남은 과제…세 개의 '화살'은 어디로

서머스 前 미국 재무, 아베노믹스 연구될 것
구조개혁 미미…낙수효과 없어 부의 재분배 실패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22-07-10 08:01 송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를 커버스토리로 장식한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표지 © 출처=이코노미스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를 커버스토리로 장식한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표지 © 출처=이코노미스트

"일본 경제가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고 지속적 성장을 달성하도록 많은 일을 했다. 강력한 지도력으로 일본 경제개발에 기여한 데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지난 8일 유세연설 도중 총을 맞고 숨진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애도하며 남긴 말이다. 구로다 총재는 아베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의 돌격대장격이라는 점에서 자화자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수 십 년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점을 찾고 마침내 성장을 일궈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다른 선진국들도 일본이 겪은 장기침체에 빠지면 아베노믹스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머스는 아베노믹스가 "거시경제 전략을 더 공격적이고 성공적으로 재프로그래밍했다고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완전히 새로운 시도 '세 개의 화살'
아베노믹스는 아베가 두번째로 집권한 2012~2020년 동안의 주요 경제정책이다. 집권 초기 2012년 일본 경제는 수출하락, 중국과의 무역분쟁,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과 쓰나미 문제를 겪었다. 수 많은 변수들이 합쳐져 일본 경제는 장기침체의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아베는 장기침체에 빠진 경제의 맥박을 되살리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렸다. 확장적 통화정책, 유연한 재정정책, 구조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로 상징되는 일련의 정책들은 이후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

첫번째 화살은 마이너스(-) 금리와 국채수익률 곡선 통제라는 초완화적(super-easy) 통화정책이다. 이를 통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들과 기업이 돈을 빌리고 지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두번째 화살은 재정정책. 인프라(사회기반시설)에 더 많은 정부자금을 투입하고 기업들에 세금우대 조치를 제공하는 등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세번째 화살은 구조개혁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여성의 노동참여 확대, 노동의 유연화, 이민정책을 통해 노동 부족문제를 해결해 성장을 촉진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미레야 소리스 동아시아 정책연구 디렉터는 미국 주간지 타임에 "완전 새로운 시도"였다며 "아베는 일본경제의 부흥을 시도했고 일부는 성공했다"고 말했다.

실제 아베가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2년 말 이후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8.6% 증가했다. 수출 기업들은 엔화 약세 덕분에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 일본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2012년 9000 언저리에서 시작해 2015년 4월 2만선을 넘기며 20년 넘게 만에 최고까지 치솟았다.

미국 타임지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다음 회호 표지 사진을 공개했다. 2022.07.08/뉴스1© 뉴스1
미국 타임지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다음 회호 표지 사진을 공개했다. 2022.07.08/뉴스1© 뉴스1

◇"미국·유럽, 장기 침체시 아베노믹스 연구될 것"

하지만 아베노믹스는 목표했던 바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다. 일본은 2014년 소비세 인상 이후 GDP가 다시 위축됐다. 일본은행이 왕성하게 통화를 공급했지만 인플레이션 2%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실패했다.

아베 정권이 마이너스 금리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부풀리는 데만 집중했을 뿐 노동시장 개혁과 같은 더 중요한 정책을 이행하지 않고 기술혁신을 통한 일본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에도 실패했다는 비난도 있다.

기시다 후미오 현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가 GDP, 기업실적, 고용이라는 측면에서 성장을 일궈냈다는 중요한 성과를 이룬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면서도 "부의 재분배라는 측면에서 낙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일종의 '선순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는 미완성이지만 수 십 년 동안 침체했던 경제가 드디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첫 발을 내딛을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서머스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끝나고 장기침체가 발생하면 아베노믹스는 다른 선진국가들이 연구할 만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봤다. 미국과 유럽에서 장기 침체가 발생하면 아베노믹스의 유산이 매우 신중하게 연구될 수 있다고 서머스는 예상했다. 일본이 인구 감소와 과도한 예금에 따른 문제를 가장 먼저 경험한 선진국이라는 이유에서다.  

아베 이전까지 일본에서 정책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1987년부터 2012년까지 총리만 18명에 달해 거의 1년에 1번씩 총리교체가 있었다. 하지만 아베는 8년8개월 동안 집권해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로써 지속적으로 정책을 끌고 갈 수 있었다.

솔리스 디렉터는 "아베의 모든 목표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정치적 안정성 덕분에 거의 모든 정책을 이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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