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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2-07-08 07:01 송고 | 2022-07-08 09:14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디트로이트는 1701년에 몬트리올에서 온 프랑스 군인들이 루이 14세의 모피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건설한 요새였다. 지휘관의 이름이 캐딜락이었다. 교통의 요지다. 디트로이트는 19세기 말에 자동차 도시로 떠오른다. 1900년 올스모빌, 1902년 캐딜락, 1903년 포드, 1908년 GM이 각각 출범했다. 1950년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산업 덕분에 인구 185만으로 미국 4대 도시였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고 성공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여건을 갖추었다. 우선 인근 미네소타는 풍부한 철광석 산지다. 또, 초창기 자동차 프레임은 목재로 제작되었는데 미시간 주 자체가 광대한 삼림지역을 보유한다. 철도망과 호수, 이리운하가 제품을 뉴욕과 시카고에 편리하게 운송해주었고 디트로이트에는 기계와 중공업도 발달되어 있었다.

사실 1900년까지 미국에서 출범했던 69개의 자동차 회사들 중 디트로이트 회사는 하나도 없었다. 올스모빌이 첫 번째였다. 올스모빌은 최초로 수많은 부품을 외주한 회사다. 자동차산업의 틀을 만들었고 디트로이트의 기계산업을 부흥시켰다. 부품제조사들은 자연스럽게 자동차 제작을 배워 독자적인 완성차회사로 변신했다. 뷰익, 캐딜락, 링컨이 그렇게 탄생했다. 1909년에 미국에는 272개의 자동차 회사가 있었고 동부와 오하이오가 선두였지만 1910년대에 들어 디트로이트가 산업을 주도하기 시작해 15대 회사 중 13개가 디트로이트 소재였다.

그러나 디트로이트는 20세기 후반에 쇠락하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GM과 크라이슬러는 정부의 구제금융까지 받았지만 결국 도산했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자동차가 쇠락하자 시 자체도 2013년에 185억 달러 부채를 안고 파산했다가 2014년에 회생했다. 현재 인구는 약 63만으로 1950년의 1/3이다. 다운타운에는 여기저기 버려진 빌딩들이 있고 관광에는 별로 적합지 않은 도시가 되었다. 이제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도시에서 운송과 물류 도시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디트로이트의 쇠락은 국제경쟁에 대한 무감각에서 시작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일본과 독일이 부상했다. 특히 일본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최고의 엔지니어링 기술은 유럽, 가장 큰 시장은 아시아인데 미국과 디트로이트는 연 1500만 대 규모의 내수 시장이 워낙 커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그 중간에 낀 신세가 되었다. 즉, 미국 자동차는 벤츠와 토요타 사이에 자리매김 되어 버렸다.  

디트로이트는 과거의 영화는 잃었지만 포드와 GM은 건재하다. 아직도 우수한 자동차 협력업체들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 최대 시장인 중서부에 위치한다. 100년 이상에 걸쳐 조성된 인프라도 두텁고 스티브 잡스 같은 스타는 배출하지 못했어도 최고급 기술인력들이 살고 있다. 멀지 않은 앤아버에 미국 최고 중 하나인 학생 수 1만의 미시간 공대가 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가 나온 학교다. 2차 대전 때 출격한 미 공군 폭격기 대부분을 생산했던 입실란티도 부근에 있다.

역사가들은 옛 디트로이트가 오늘날의 실리콘밸리와 유사했다고 본다. 경영자들과 기술자들은 수시로 직장을 바꿨고 독립해 나가거나 창업에 참여했다. 여기서 기술과 디자인 혁신이 개화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자동차산업이 시도되었지만 디트로이트의 R&D를 따라가지 못해 사업을 접거나 디트로이트에 흡수되었다. 포드를 필두로 디트로이트는 R&D 집중투자로 타지역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가장 우수한 노동력이 디트로이트에 모여들었다. 디트로이트는 없는 것이 없는 소우주였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전성시대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역사적 우연이라는 요인이다. 헨리 포드라는 인물이 다른 곳이 아닌 디트로이트에 살았다. 기업인 한 사람의 탁월한 능력이 지역과 국가 전체의 발전을 이끈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포드는 이른바 ‘기업가’ 시대의 마지막 인물로 불린다. 기술과 경영 능력을 겸비하고 창업해서 성공했고 사업을 조직을 통해서가 아니라 중앙집권형 직접 책임으로 관리했다. GM의 슬론이 사업부체제를 도입한 이래로 그 방식은 대기업에 적합하지 않지만 포드형의 기업가 정신은 아직도 귀중한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도 모두 기업가 정신으로 탄생하고 성장한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역사적 경로 때문에 마치 옛날의 포드와 GM이 결합된 것 같은 독특한 구조로 운영된다. 신세대형 조직의 파워가 책임감 있는 기업가 유전자와 결합되어서 헨리 포드와 같은 스타가 신시대형으로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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