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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에 이런 벌레는 처음"…러브버그 급증 4가지 미스터리

은평·마포·서대문구, 고양시서 급증…"봄 가뭄이 원인"
"스프레이로 물 뿌리면 효과…1~2주 후 잠잠해질 것"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박재하 기자 | 2022-07-05 06:00 송고 | 2022-07-05 16:59 최종수정
4일 오후 서울 은평구 갈현로 인근 주택가에서 은평구청 관계자들이 사랑벌레 관련 긴급 방역에 나서고 있다. 2022.7.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제가 여기서 40년 동안 장사했는데 이런 벌레는 처음 봅니다. 오전 8시30분 출근해 11시까지 스프레이(분무)형 방충제를 2통이나 썼어요. 그런데도 워낙 새카맣게 많아서 장사를 못할 정도입니다."(은평구 연서시장서 인삼가게 운영하는 60대 김모씨)

"이곳에서 채소가게를 20년 이상 운영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심지어 물리기까지 했어요. 녀석들은 아침 7시쯤 출몰해 오전 11시가 지나면 사라집니다. 해가 지는 오후 8시 무렵 불빛을 보며 다시 나타납니다. 도대체 왜 나오는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연서시장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정모씨)

"뉴스 보고 남 얘기인줄 알았는데 그저께부터 집에 하루 다섯 마리씩 들어오더라고요. 8층에 사는데 이 높이까지 어떻게 들어오는지 모르겠네요. 1층에 사체가 엄청 쌓여있는데 징그러워서 미치겠어요." (남가좌동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

암수가 붙은 채 날아다녀 일명 '러브버그'(사랑벌레·털파리)라고 불리는 벌레 때문에 서울 서북권과 경기도 일부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 지장을 받고 있다. 질병을 유발하거나 병을 옮기는 해충은 아니지만 가끔 사람을 물기도 한다. 상인들은 수십년 만에 처음 보는 이 벌레로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4일 오후 연신내역 2번 출구에 있는 러브버그>

◇북한산 자락 서쪽만 발생, 왜?…'미스터리 4가지 해답'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은평구 일대에서 만난 시민과 상인들은 △러브버그가 왜 이 시점에 급증했는지 △왜 북한산 서쪽 자락에서만 출몰하는지 △왜 민가로 내려오는지 △왜 오전 11시 이후 사라졌다 오후 8시쯤 다시 나타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냈다. 뉴스1은 전문가들에게 시민들의 궁금증을 물어봤다.

러브버그가 7월 초에 급증한 이유로는 올해 봄이 건조했던 점이 꼽혔다. 번데기가 성충이 되려면 고온다습한 환경이어야 하는데 올해는 봄 가뭄으로 인해 나오지 못했던 번데기가 지난주 장마 이후 대량으로 성충이 됐다는 것이다.

모기 전문가인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과 석좌교수는 "올해는 겨울이 따뜻하고 봄이 건조했는데 최근 내린 비에 번데기들이 일시에 성충으로 변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도 "곤충은 바깥 환경에 따라 발달을 달리 하는데 가뭄이 계속돼 나오지 못했던 개체들이 최근 비가 내려 고온다습한 환경이 되자 한꺼번에 나왔다"고 분석했다. 

경기 고양시, 서울 은평·마포·서대문구 등 북한산 자락 서쪽 지역에서만 러브버그가 나오는 이유로는 '지역적 생태 차이'가 꼽혔다.

이동규 교수는 "러브버그의 유충은 낙엽과 죽은 풀이 많은 산에서 주로 사는데 현재 대량으로 발생하는 지역이 그런 특성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강운 소장도 "러브버그가 나오는 지역에서 최근 개발이 많이 이뤄진데다 베어낸 뒤 제때 처리하지 않은 나무가 애벌레의 먹이가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에서 서식하지 않고 인근 민가로 날아오는 이유로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풍향이 지목됐다.

이 교수는 "자동차 배기가스의 성분이 죽은 식물이 부식하면서 내뿜는 성분과 비슷한데 러브버그가 이를 좋아한다"며 "미국에서도 잔디 깎는 기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에 러브버그가 몰리는 일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람을 타고 높은 곳이나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 풍향에 따라 점차 서울 시내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러브버그가 오전 7~11시 출몰했다가 햇볕이 쨍쨍하고 기온이 올라가는 낮 시간에 사라진 다음 오후 8시쯤 다시 나타나는 이유로는 곤충의 일반적인 특성이 꼽혔다. 이 교수는 "곤충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기온이 높은 낮 시간대는 수분 증발을 피해 활동을 안하는 특성이 있다"며 "그래서 곤충은 대개 새벽과 오전, 저녁시간에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러브버그(사랑벌레) 사체 모습.2022.7.4/뉴스1 김동규 기자© news1

◇해충 아닌 러브버그 언제 사라지나…퇴치법은

러브버그는 겨울에 낙엽이나 풀, 배설물 등을 먹으면서 분해하는 벌레로 해충이 아니다. 오랜 기간 썩을 것들을 빨리 분해해주는 자연의 청소부다. 그러나 떼로 몰려다니며 징그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상인들의 생업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구청이 방역에 나서고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러브버그가 산에 알을 낳고 밤새 성충이 돼서 아침에 민가 쪽으로 넘어오는 만큼 오전 오후 방역을 산과 민가 경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서시장 상인들은 구청에 좀 더 이른 시각 방역을 요구하고 있다. 한 상인은 "아침에 장사를 시작하지만 오전 11시까지는 벌레를 치우는데 시간을 다 쓴다"며 "장사를 시작하기 전인 이른 시간에 방역을 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러브버그는 1~2주 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규 교수는 "러브버그 교미상태는 3~4일이 되면 끝나는데 그러면 수컷은 바로 죽고 암컷은 알을 낳은 뒤 3~4일 후 죽는다"며 "그래서 1~2주 후에는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퇴치법으로는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는 방법을 권고했다. 이강운 소장은 "러브버그는 파리와 달리 행동이 민첩하거나 짧고 강한 날개를 갖고 있지 않아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면 날개가 다 젖어 잘 날지 못해 금방 떨어지기 때문에 처리가 쉽다"고 설명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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