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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낮아진 2분기 기업 실적…"3고 복합위기에 발목 잡혔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경기침체 우려…원자잿값 급등에 영업익 3% 증가 그칠듯
전력 조선 적자 확대·디스플레이 적전 전망…4대그룹 비상경영 착수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22-07-03 06:05 송고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에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2분기(4~6월)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다. 매출이 늘어도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공급망 붕괴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 금리 상승·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기업들은 비상경영 등 대응전략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3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기준 3곳 이상의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212곳의 올해 2분기 매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지난달말 기준 550조7497억원으로 전년동기(458조674억원)보다 20.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4조3583억원으로 전년동기(52조3878억원)에 비해 3.8%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원자잿값 고공행진 등 갈수록 악화되는 경기 상황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5월말 영업이익 컨센서스인 54조7231억원과 비교하면 한달새 0.7% 하향 조정됐다. 특히 전력과 조선 등의 업종은 적자가 확대되고 디스플레이 및 관련 부품은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추정됐다. 통신장비와 게임, 휴대폰 등도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최근 주요 지표들도 부정적 신호를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24억7000만 달러 적자였다. 3개월 연속 적자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에너지·원자재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83억9000만달러)보다 63.6%(53억4000만달러) 늘어난 137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 중국 봉쇄가 맞물린 결과다. 대표적인 원자재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는 연초 564.48에서 지난달 818.63로 45% 넘게 치솟았다.

여기에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이 수입 원자재값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외에서 1달러짜리 원자재를 10개 사올 때 달러·원 환율이 1000원이면 1만원만 내면 되지만 1300원이면 1만3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를 넘어서면서 2009년 7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기업들의 경기 체감도도 급랭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는 82로 지난해 2월(7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경기인식 조사 지표인 BSI는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원자재가격과 물류비 부담 가중, 물가 상승세 지속과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전산업 업황 BSI가 전월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업들에 또다른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든, 채권을 발행하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이른바 3고 현상에 기업들은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지난달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전자 계열사 사장단 25명을 한 자리에 모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SK와 LG도 전략회의를 통해 위기 극복 방안을 협의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이달 전략회의를 앞두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확실한 것은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 둔화 압력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둔화 조짐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가운데 올해 말까지 고물가 영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말까지 기준금리는 빠르게 인상될 전망"이라며 "이는 가파른 차입비용 상승과 자산시장의 하락세를 유발해 가계 심리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재계 관계자도 "기업 실적에 우호적인 요소를 찾기 어렵다"며 "원자잿값 상승과 환율, 금리 등으로 기업 실적이 꺾이면서 경기 침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민간 주도 성장이 이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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