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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보행로서 펑펑"…미개장 해수욕장 위험천만 폭죽놀이

해변 입구 백사장에서 "피융~퍽" 피서객 놀라
행정력 못미치는 미개장 해변은 '무법천지'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2022-07-02 05:00 송고 | 2022-07-02 09:38 최종수정
무더위로 피서객이 몰린 지난달 30일 밤 미개장 경포해변 입구에서 한 남성이 폭죽을 백사장 한복판으로 쏘아대고 있다.2022.7.1/뉴스1 윤왕근 기자
무더위로 피서객이 몰린 지난달 30일 밤 미개장 경포해변 입구에서 한 남성이 폭죽을 백사장 한복판으로 쏘아대고 있다.2022.7.1/뉴스1 윤왕근 기자

"어머, 저 아저씨 지금 폭죽을 어디로 쏘는거야."

강원 강릉지역에 무더위가 이어졌던 지난달 30일 오후 10시쯤 경포해변 중앙광장. 머리가 희끗한 남성 한명이 폭죽에 불을 붙여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바닷가에서 폭죽놀이를 하는 것은 여느 해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 남성은 바다 앞이 아닌 피서객들이 드나드는 중앙광장 백사장을 향해 폭죽을 쏘아댔다.

발사 각도 역시 공중이 아닌 팔을 옆으로 벌려 쏘아대는 탓에 불꽃이 백사장을 거니는 피서객들이 머리 바로 위에서 터지거나 옆으로 지나가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연출됐다.

피서철 상인들의 폭죽 판매와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들의 위험한 폭죽놀이는 피서철 강원 동해안 등 주요 해변의 오랜 골칫거리다. 그러나 그나마 피서철에는 단속반이 해변을 돌아다니며 계도·단속하는 등 행정력이 미친다.

대부분의 동해안 지자체는 폭죽 행위에 대해 1~2회 구두 단속 후에도 듣지 않으면 계고장을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처럼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해수욕장 개장 전 해변은 무법천지일 수 밖에 없다.
이날 해당 남성 뿐 아니라 경포해변 곳곳에서 "피융~퍽" 하는 폭죽소리가 이어졌고 경포해변 하늘은 마치 폭격이라도 당한 듯 폭죽연기로 뒤덮히고 매캐한 화약냄새가 진동을 했다.

폭죽이 수놓은 밤이 지난 1일 오전 7시쯤 경포해변을 다시 찾으니 폭죽 잔해가 백사장에 그대로 꽂혀있었다. 인근에는 유리 술병과 음식쓰레기도 널브러져 있었다.

1일 오전 강원 경포해변 백사장에 폭죽잔해와 술병이 널브러져 있다. 2022.7.1/뉴스1 윤왕근 기자
1일 오전 강원 경포해변 백사장에 폭죽잔해와 술병이 널브러져 있다. 2022.7.1/뉴스1 윤왕근 기자

해변 미화원 대기실 창고 쪽에 가보니 며칠 간 수거한 것으로 보이는 폭죽 잔해가 마치 장작처럼 쌓여 있었다.

이 같은 폭죽잔해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사용 후 수거하지 않고 백사장에 꽂아놓으면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협한다. 또 폭죽잔해가 바다로 흘러가면 환경오염과 해양쓰레기를 유발한다.

매년 피서철 폭죽을 팔지도 사지도 말자는 캠페인과 지자체 차원의 협조 요청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근 상점에는 버젓이 '폭죽 판매'를 써붙인 채 대놓고 폭죽을 판매하고 있다.

1일 오전 강원 강릉 경포해변 미화 창고에 폭죽잔해가 마치 장작처럼 쌓여있다. 2022.7.1/뉴스1 윤왕근 기자
1일 오전 강원 강릉 경포해변 미화 창고에 폭죽잔해가 마치 장작처럼 쌓여있다. 2022.7.1/뉴스1 윤왕근 기자

이날 가족과 무더위를 식히러 나왔다는 경포 인근 거주 김준호씨(36·강릉)는 "매년 피서철이 되면 폭죽 소리와 냄새에 이골이 난다"며 "도대체 바다만 보면 폭죽을 쏘아대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풍경은 비단 경포해변 뿐 아니라 동해, 삼척, 속초 등 동해안 6개 시군 미개장 해수욕장에서 매일 밤 볼 수 있다.

동해안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여름 해변 행정은 폭죽 단속 뿐 아니라 음주, 입수 통제를 비롯해 행정력을 필요로 곳이 많은 데 비해 인력의 한계가 있다"며 "개장 기간에 이럴진데 미개장 해변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피서객의 양심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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