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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게시물 상속' 갑론을박… 전문가 "죽은 자는 방어권 없다" 우려

이용자 "디지털 자산 유족이 받아야" vs "사후 프라이버시 침해"
전문가 "법적 문제 없겠지만…죽은 자의 방어권 문제도 짚어봐야"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2-06-28 06:55 송고
(싸이월드제트 제공)© 뉴스1
(싸이월드제트 제공)© 뉴스1
싸이월드가 고인이 된 회원들의 사진과 동영상, 다이어리 등의 게시물을 유족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고인의 '디지털 유산'을 유족에게 전달한다는 게 서비스 주목적이지만, 고인의 '사후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면서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센터장은 "현재 국내에 디지털 유산에 대한 법령이 없기 때문에, 민법상 당사자 간 계약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은 '죽은 사람은 방어권이 없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사후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전에 설정하는 방법을 제도화하는 것이다"며 "고인의 디지털 유산 관리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제언했다.

◇ 싸이월드, 고인 된 회원 '사진·동영상' 유족에게 전달한다

싸이월드는 지난 24일 고인이 된 회원들의 사진과 동영상, 다이어리 자료를 유족에게 전달하는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히며, 지난 한 달간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아 이용약관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개정된 싸이월드 이용약관 13조에 따르면 회사 측은 "회원의 사망시 회원이 서비스 내에 게시한 게시글의 저작권은 별도의 절차 없이 그 상속인에게 상속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사망한 회원의 상속인의 요청에 따라 회원의 공개된 게시글을 별도의 매체에 복사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은, 일부 유족들이 고인의 계정에 대해 접근을 요청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싸이월드 관계자는 "최근 싸이월드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모 톱배우의 유족으로부터 디지털 데이터 이관에 대해 공식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3200만 회원의 사진첩에는 참 많은 추억과 기억이 담겨있다"며 "톱배우의 유족 분들뿐만 아니라, 모든 유족 분들께 소중한 자산을 전달해 드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싸이월드 홍보 이미지 (싸이월드제트 제공) © 뉴스1
싸이월드 홍보 이미지 (싸이월드제트 제공) © 뉴스1

◇ 디지털 유산 받아야 vs 사후 프라이버시 침해


싸이월드가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자, 이용자들 사이에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해당 서비스를 옹호하는 이용자들은 SNS의 사진, 영상, 다이어리 등의 게시물이 모두 '디지털 유산'이라는 입장이다. 디지털 유산을 서버에 남겨두는 건 사실상 방치와 다름 없기 때문에, 유족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조금 더 큰 안목으로 본다면, 인류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역사적 기록물이기 때문에 기업에 소유권을 위임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해당 서비스를 반대하는 이용자들은 '사후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고인의 가족이라 할지라도 계정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법 정서로는 상식적이고 당연하다는 입장.

설령 '공개된 게시물'만 유족에게 넘겨준다고 할지라도, 일촌 또는 팔로워가 아닌 이상 가족에게라도 자신의 SNS 게시물을 공개하기 꺼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법적 문제 없지만…죽은 자도 방어권 있나 짚어봐야"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센터장은 싸이월드의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에 대해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현재 디지털 유산과 관련된 법안이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 간 계약(개인정보 약관)을 변경을 통해 시행할 수 있기 때문.

다만 김 센터장은 '사후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죽은 사람은 방어권이 없다"는 부분을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싸이월드는 유족의 합의가 있으면 게시물을 상속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유족의 생각과 당사자의 생각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며 "이용자 중에서는 자신이 죽고 난 이후 가족들이 사진, 다이어리를 보기 원치 않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이미 돌아가셨으니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싸이월드가 '공개된 게시글'만 유족에게 전달한다고 할지라도, 이건 일촌에게 공개를 설정한 것이지, 가족 공개를 허용한 건 아니다"며 "실제 젊은 세대들 중에서는 가족과 일촌·팔로우를 맺지 않는 이용자도 많다"고 말했다.

◇ "디지털 유산 처리 방식 생전에 선택해야"

아울러 김 교수는 머지않아 SNS에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의 계정이 더 많아지는 '사이버 공동 묘지'가 찾아올 것이라 전망하면서,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본인이 생전에 선택해두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페이스북 가입자 중 매년 170만명이 세상을 떠나고 2100년에는 페이스북에 최소 14억 명의 사망자 계정이 존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그러나 아직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인의 디지털 유산의 활용과 관련해서 법적 논의를 본격화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담론도 별로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좋은 방법은 이용자들이 살아있을 때 본인의 디지털 유산 처리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며 "본인이 죽으면 디지털 유산을 모두 삭제할지, 가족에게 넘길지 등을 선택하게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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