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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응급실 난동과 병원 ESG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2-06-27 07:01 송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지난주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에 불만을 품은 환자 보호자가 방화를 하는 중범죄사건이 일어났다. 흉기까지 동반한 응급실 난동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심지어 의료진 살인미수까지 발생한다. 폭언과 폭행은 다반사라고 한다. SNS 어딘가에서 #나도맞았다 운동이라도 해야 하냐는 의사들의 푸념도 보았다. 이런 일은 의료진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까지 위험하게 하는 것이어서 큰 틀에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병원 응급실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한계적 상황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특별한 보안조치와 지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예컨대 병원협회에서 응급실 사고에 대한 정부차원의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을 보면 현실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총기와 폭력범죄 문제가 훨씬 심각해서인지 미국에서는 논의가 반대 방향이다. 병원 응급실에서의 경찰의 활동을 오히려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미국법은 병원 응급실은 사적인 공간이기는 하지만 치안에 관해서는 도로와 같이 취급한다. 즉, 경찰은 범죄 예방과 수사를 위한 수색, 조사 등 제반 임무수행과 관련해서 응급실에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환자 신문에 의료진이 동석해야 하는 정도의 제약이 있다.  

미국 병원의 응급실은 사회적 취약계층과 소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같은 곳이다. 이 장소에 국가권력이 제약없이 활동하는 데서 잠재적인 인권침해 우려가 발생한다. 상주하는 경찰력은 의료진들을 불편하게도 한다. LA의 한 병원에서는 경관이 쏜 총에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났고 샌프란시스코의 한 병원에서는 경찰 철수 문제로 의료진 내에서 찬반 논란이 크게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철수는 결국 국가기관이 아닌 사설 경비용역을 부르게 되는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우리도 이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2020년에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이 의료기관 최초로 ESG경영을 천명했고 2021년에는 종합병원 최초로 아산병원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의료기관 ESG는 확산 중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ESG가 영리기업뿐 아니라 모든 조직체에 적용되도록 한다는 것과 각론으로는 ‘포용’이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서구 병원들의 홈페이지에는 거의 예외 없이 ‘다양성과 포용’이 ESG 실천 방침으로 소개되어 있다.

포용이란 이해관계자들을 공정하게 잘 배려해주는 것이다.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임직원과 고객이다. 안전한 근로환경, 공정한 성과보상과 인사제도 등이 그 핵심지표이고 본인과 가족에 대한 복리후생도 덜 중요하지 않다. 불합리한 차별이 없는 병원 내부의 문화도 필수다. 구성원간 원활한 소통 플랫폼이 도구다.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폭언, 폭행, 범죄에 사전 대처하기 위한 조치는 의료기관의 정체성과 모순되지 않는다. 유통기업들이 ‘진상 고객’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 둔 매뉴얼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의료진 보호와 배려는 결국 환자 보호와 배려로 이어진다.  

우리 병원들이 포용의 ESG를 구현함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고도의 수가 규제라는 불리한 운영조건이다. 가장 사회적 기여가 크면서도 사회적 비난을 받기 쉽다. 잘 운영되지 못하면 기여할 수도 없는데 기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양보를 요구받는다. 후원금, 지원금으로는 재정확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병원 자체의 수익창출이 중요하다. 그러나 영리사업도 제한받는다.

병원으로 돈 벌지 말라는 것은 좋은데 병원이 돈 벌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은 잘못이다. 미국 최고라는 메이오병원은 영리사업에 힘입어서 연 매출이 삼성물산의 절반이다. 그렇지만 비영리병원이어서 모든 수익이 병원에 재투자된다. 취약계층 지원, 우수인력 유치, 첨단 의료장비와 시설, 그리고 연구와 교육이다. 우리는 단 11개월 만에 코로나 백신을 개발해 출시하는 미국의 저력을 똑똑히 보았다. 국내에서는 미국 못지않은 최고 인재들이 모여 축적해놓은 막대한 진료 경험과 자료, 생명과학 지식이 산업화되지 못하고 있다.

영리기업에는 투자자본에 대한 분배를 요구하는 주주들이 있어서 포용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제약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병원에는 자본에 대한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없다. 포용의 실천에는 유리한 조건이다. 병원 재정이 좋아지면 포용의 ESG가 확대되고 그 수혜자는 바로 환자들과 국민 전체의 건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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